김밥 아주머니와 다운증후군의 예쁜 딸
김밥이 터졌기에 더 드린 것뿐입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9. 2023
별말씀을요!
김밥이 터졌기에 한두 개 더 드린 것뿐입니다.
ㅡ
오래전 일이다.
겨울의 추위가 세차게 몰아치는 어느 새벽,
길가 트럭에서 판매하는 김밥 두 줄을 사곤 했다. 그것이 날 위한 아침이었다.
도로변에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지만, 항상 같은 아주머니에게만 찾아갔다.
그분의 김밥은 따뜻함이 가득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아침도 같았다.
아주머니의 눈빛에서 보였던 힘겨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분은 은은하게 미소를 띠며 김밥을 내미신다.
이번엔 무언가 달랐다.
그분의 김밥에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랑이 담겨있었다.
비닐봉지에 김밥 한두 개가 더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시간이 조금 여유로웠다.
차에서 내려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돈을 조금 더 주려 했다.
그러나 그때 비로소 그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소아마비로 한쪽 발을 심하게 절었다.
그분은 미소를 머금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 건넸다.
"김밥이 조금 터지고 해서 따로 팔 수 없어서 넣어 준 것"
이라며 돈을 극구사양했다.
그날 이후로 나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소아마비로 몸이 자유롭지 못한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삶의 투혼과 강인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아주머니는 천사 같은 존재로 보였다.
며칠 후,
방학하는 날이어서 시간이 조금 여유로웠다.
해서
옆 트럭에서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마실 겸
차에서 내렸다.
여느 때처럼 아주머니에게 김밥을 사려고
아주머니 트럭으로 갔다.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살펴보니 차 안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서너 살 남짓된 여자 아이가 냉기 감도는 차 안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유난히 추웠기에
아이에게 포대기로 감싸주고 있었다.
아주 귀여운 작은 딸이었다.
아뿔싸!
그 아이를 자세히 보니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었고, 눈만 개심치레 뜨고 있었다.
나는 아주머니가 김밥을 챙기는 사이
눈을 피해 만원 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 이후로
나의 생각은 그 아주머니에게로 계속 향했다.
그렇게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고, 한동안 나는 그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그곳을 들렀다.
그 아주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그분은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었다.
그분의 따뜻한 마음은 추운 겨울을 녹이고,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심었다.
그 아주머니는 정말로 천사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분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
희망이란 빛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법이다.
그 아주머니의 삶은 그렇게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산하는 존재였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나에게 힘겨운 삶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이제 그 힘겨운 삶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 힘을 줬다.
그분이 보여준 삶의 가치,
그리고
희망에 대한 믿음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