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서(序)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삼월의 서(序)




삼월은
계절이 책갈피를 넘기는 소리다

아직은 겨울의 장(章)이 끝나지 않았으나
봄의 문장은
여백에서 먼저 숨을 고른다

앙상한 나무들
뼈의 활자로 서서
하늘이라는 페이지에
침묵을 인쇄한다

겉은 공백이나
껍질 아래에서는
수액이 잉크처럼 번진다

얼음의 각주(脚註)를 밀어내고
연둣빛 단어 하나
가지 끝에 걸린다

땅속 깊은 서고(書庫)에는
씨앗들이
자기 이름을 품은 채
발간(發刊)의 날을 기다린다

햇살은
편집자의 손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를 고르고

바람은
마침표를 흔들어
다음 문단을 재촉한다

삼월은
겨울과 봄이
같은 책을 붙들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달

그 논쟁의 가장자리에서
생명은
첫 행을 쓴다

마른 가지 끝
작은 초록 하나

그 한 줄로
세상은
새로운 장을 연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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