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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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의 변명
청람 김왕식
봄은
노랑으로 시작된다
아직 바람은 마른 칼날이고
땅은 얼음의 기억을 품고 있는데
가지 끝에
작은 불씨 하나
툭,
켜진다
사람들은
저것을 희망이라 부르지만
개나리는
겨울의 등 뒤에 붙이는
마지막 경고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잎도 없이
맨몸으로 빛을 매다는 일
꽃이 되려는 욕망이 아니라
추위를 견딘 자의 신호
속은 텅 비어
바람이 지나가고
겉만 환하게
등불처럼 켜진다
괜찮은 척
먼저 웃어버리는 사람처럼
벚꽃 아래
사람들은 멈춰 서지만
개나리 앞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너무 먼저 피는 자의
고독
노란빛은
따뜻해 보이나
실은
차가운 햇살을
붙들고 서 있는 색
개나리는
봄을 축하하지 않는다
봄을 불러낸다
얼어붙은 계절의 어깨를 밀며
“이쯤이면 와도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저 노랑은
꽃잎이 아니라
확성기
아직 녹지 않은 땅 위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여는 목소리
기다리는 대신
밀어 올리는 힘
겨울의 마지막 단추를
노랗게 풀어내는
저 대담한 손끝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