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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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시詩를 한 알
씹어본 적 있는가
껍질을 깨물면
혀끝에 먼저 오는 것은
단맛이 아니다
푸른 떨림이다
어느 시인은
그 푸른 떨림을
입안에 오래 굴리고 있었다
이원록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포도도 많고
과일도 많은 세상에서
청포도였을까
그는 알고 있었다
잘 익은 과일은
현재의 맛이지만
덜 익은 열매는
미래의 맛이라는 것을
청포도는
단맛의 과일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미리 씹는 방법이었다
혀끝이 시릴수록
여름은 가까워지고
입안이 푸르게 젖을수록
세상은 조금 더
익어 간다
그래서였을까
그 시인은
총 대신
청포도 한 송이를 들고
아직 오지 않은 나라를
천천히
씹고 있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