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3. 2023
메모지
작은 쪽지에
누군가
몇 글자
적어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까지 넣었는데
맛이 싱겁군요
아 차
당신 생각을 빠뜨렸군요, "
ㅡ
커피 한 잔,
그것은
간단하게 보면
원두에서
추출된 음료일 뿐이다.
많은 이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
집중의 원천,
혹은
친구와의 대화의 동반자로 여겨진다.
커피 한 잔을
완성하는 것은
그저
원두와 물의 조합이
전부가 아니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
설탕, 크림, 시럽, 우유 등
다양한 재료가
그 안에 녹아들며,
각자만의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낸다.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
달콤한 맛을 원했다.
크림까지 부어 넣었다.
부드러움을 갈망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그것은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니었다.
무언가 부족했다.
차갑고
싱거운 느낌이
입 안을 채웠다.
그때
깨달았다.
아차,
생각의 흐름을 잃어버린 것처럼,
내 커피에
빠뜨린 요소가 있었다.
가끔
우리 인생도
이렇지 않은가?
완벽해 보이는
준비,
기대에 가득 찬
계획,
그럼에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조각,
잊힌 꿈,
혹은
간과된
소중한 관계일지도 모른다.
당신,
즉
그 무언가를 빠뜨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쓴맛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찾아서
내 커피에 넣어주면,
완벽한
하모니의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빠뜨렸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찾아내어
우리 인생의 커피에 넣어보자.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완성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ㅡ
오늘
내 커피에는
무엇이 빠졌을까?
당신의
생각만 켜놓고
잠깐
잠들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