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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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ㅡ 그리고 겨울
경계는 선이 아니다
서로의 숨이 스며드는 자리다
앞서 가는 기척과
뒤에 남은 숨결이
같은 자리에 겹쳐 있다
녹지 않은 들판에
풀잎 하나가 먼저 살아 있고
꽃이 피지 않은 가지 끝에
서리 하나가 끝내 남아 있다
차가움은
따뜻함을 밀어내지 않고
따뜻함은
차가움을 지우지 않는다
두 계절은
서로를 지나가며
서로를 완성한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다
녹는 것도 아니고
피는 것도 아닌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상태
발을 디디면
한쪽은 겨울이고
다른 한쪽은 봄이다
몸은 앞으로 가지만
시간은
양쪽에서 동시에 닿는다
그때
계절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조용히 스친다
아무도 모르게
하나가 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