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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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낮은 불꽃의 문장
ㅡ 4, 19 에 즈음하여
이름보다 먼저
침묵이 금 가던 날이었다
거리는
어제와 같은 얼굴로 서 있었으나
사람들의 눈빛은
이미 다른 시대를 보고 있었다
누구도 역사를 말하지 않았으나
한 걸음,
또 한 걸음이
스스로 문장이 되어
시간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손에 쥔 것은 작았고
놓아버린 것은 컸다
두려움 하나
침묵 하나
익숙한 체념 하나
그날,
사람들은
그것들을 가장 먼저 내려놓았다
총성은 멀리서 왔으나
결심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불붙었다
쓰러진 자리마다
비어 있지 않았던 이유는
앞에 놓인 것이 죽음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어제였기 때문이다
하여
사월은
계절이 아니라
한 번 깨어난 마음이
다시는 잠들지 않는
시간의 이름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