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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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삶
청람 김왕식
삶은 대개 쌓는 일로 오해된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넓게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람은 자신을 밀어붙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쌓아 올린 것들이 오히려 시야를 가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득 찬 방에서는 바람이 머물지 않듯, 지나치게 채워진 삶에는 본질이 머물 자리가 없다.
참 삶은 채움이 아니라 남김의 문제다.
무엇을 더 얻었는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는가가 그 삶의 결을 결정한다.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것, 상황이 바뀌어도 놓지 않는 태도,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마지막 중심. 참 삶은 그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사람은 종종 자신을 밖에서 찾는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의미를 확인하고, 비교 속에서 위치를 가늠한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자리는 오래 가지 않는다. 흔들리는 기준 위에 세워진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참 삶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내부의 합의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방향.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한 힘이다.
참 삶은 또한 속도를 줄이는 일이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놓치지 않고 지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많은 것을 지나치며 도착한 자리는 비어 있기 쉽다. 반대로 천천히 걸으며 남겨진 흔적은 삶의 깊이가 된다. 서두르지 않는 태도, 순간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자세. 그것이 삶을 얕아지지 않게 한다.
고통 또한 참 삶을 드러내는 중요한 조건이다.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순간에 그것은 질문으로 다가온다. 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이 질문 앞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도망치지 않고, 변명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일. 참 삶은 그 정직한 마주함에서 시작된다.
관계 속에서도 참 삶은 분명히 드러난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말을 건네는 방식, 침묵을 지키는 자리. 그 모든 것이 삶의 방향을 말해준다. 진심은 크지 않아도 깊다. 꾸미지 않은 한마디, 계산하지 않은 손길, 그 작은 진실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룬다. 참 삶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증명된다.
덜어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
불필요한 욕망, 지나친 비교, 쓸데없는 증명. 그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때 삶은 비로소 가벼워진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본질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서 인간은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깊이 머물 수 있다.
참 삶은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외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 조용히 쌓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준. 그것이 삶의 신뢰를 만든다. 그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삶은 하나의 방향을 갖는다.
참 삶이란 거창한 성취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태도의 이름이다. 환경이 변해도, 시간이 흘러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한 가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 타인을 향한 온기, 그리고 삶을 향한 책임. 이 세 가지가 무너지지 않을 때, 삶은 비로소 참된 자리를 얻는다.
삶은 끝내 남는 것으로 증명된다.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남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참 삶을 살아낸 사람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