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서재, 청람서루
내 서재, 나에겐 생명이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8. 2023
나의
어릴 때
꿈은
법관이었다
누대로
농사꾼의 자식이었기에
책상 앞에 앉아
펜대 잡고
폼 잡는
아들이길 원했다.
나도
멋모르고
법관이 되고 싶었다
순간
생각이 번쩍 들었다.
판검사는
평생
범죄자와 함께하는 삶을
인지한 순간
문학을 하고 싶었다.
그
선택은
옳았다.
나의 꿈은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농촌에서는
교과서와 몇 권의 전과 외엔
책이라곤
서울에서 삼촌이 보내준
겉장 찢긴
노란 전화부책이 유일했다.
그것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뒷간 용이었다.
ㅡ
농군의
자식이었던
나는
나만의
멋진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하든
서울에서 공부하며
최고의 지성인
교수쳐 럼
멋진
서재를 갖고 싶었다.
배고프면
껌을 씹으며
밥값으로
문고판 헌책을 한두 권
샀다.
그렇게
주린 배를 움켜잡고
청계천 헌 책방을 돌며
부지런히 책을
수집했다.
해서
5천 권 남짓 모았다.
내 수준에서는
제법 갖춘 편이다.
서재 이름도 호를 따서
'청람서루'라
명명했다.
가끔
지인들이 들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꼭 묻는다.
"이곳에 있는 책
다 읽었나요?"
사람들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이곳에 있는 책은
모두
내 손때가 묻은 것이다.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거의
다
어떻게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기억이 난다.
허나
모두 읽지는 않았다.
어떤
책은 십수 번 닳도록 정독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한두 페이지 정도만 읽은 것도 있다.
ㅡ
어릴 때부터
꿈속에
그려본 나만의 서재.
꿈은 현실이 되어
'청람서루'라는
이름 아래
5천 권의 책으로 가득 찼다.
책
한 권
한 권은
나의
노력과 인내,
헌신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중 몇 권은
가슴속 깊이 간직한 기억의 발자취로 남아있고,
몇 권은
아직 나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각기
다른 무게와 빛깔을 머금은
이 책들 사이에서는
지인들과
따스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인생의
여러 얘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반드시 물어본다.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그렇게 묻는
그들의 눈에는
책을 모으는 것과
읽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오해가 묻어있다.
모든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답하면,
어떤 사람들은
놀라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내 서재의 책들은
모두
읽히기 위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책은
수차례로 페이지를 넘기며
내 인생의 가치를 되새겼고,
어떤 책은
한두 페이지만 읽고
그대로 둔 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기를 기다린다.
나에게
이 책들은
단순한 글자와 문장을 넘어,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소중한 동반자다.
그것들은
내 기억과 경험,
그리고
미래의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나의 자녀와 같아,
그들 각각에게는
나만의 사랑과 관심이 깊게 담겨 있다.
'청람서루'는
나의 꿈과 현실,
그리고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책의 무게와 함께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느낀다.
ㅡ
브런치 가족분들
언제
시간 되면
들러 주세요.
아름다운 음악과
차 한 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허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묻지 마세요.
" 이곳 책 다 읽었나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