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서재, 청람서루

내 서재, 나에겐 생명이다





나의

어릴 때

꿈은

법관이었다


누대로

농사꾼의 자식이었기에

책상 앞에 앉아

펜대 잡고

폼 잡는

아들이길 원했다.


나도

멋모르고

법관이 되고 싶었다


순간

생각이 번쩍 들었다.


판검사는

평생

범죄자와 함께하는 삶을

인지한 순간


문학을 하고 싶었다.


선택은

옳았다.


나의 꿈은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농촌에서는

교과서와 몇 권의 전과 외엔

책이라곤


서울에서 삼촌이 보내준

겉장 찢긴

노란 전화부책이 유일했다.


그것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뒷간 용이었다.









농군의

자식이었던

나는


나만의

멋진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하든

서울에서 공부하며


최고의 지성인

교수쳐 럼

멋진

서재를 갖고 싶었다.


배고프면

껌을 씹으며


밥값으로

문고판 헌책을 한두 권

샀다.


그렇게

주린 배를 움켜잡고

청계천 헌 책방을 돌며


부지런히 책을

수집했다.


해서
5천 권 남짓 모았다.


내 수준에
제법 갖춘 편이다.


서재 이름도 호를 따서
'청람서루'

명명했다.

가끔
지인들이 들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꼭 묻는다.

"이곳에 있는 책
다 읽었나요?"

사람들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이곳에 있는 책은
모두
내 손때가 묻은 것이다.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거의


어떻게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기억이 난다.

허나
모두 읽지는 않았다.

어떤
책은 십수 번 닳도록 정독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한두 페이지 정도만 읽은 것도 있다.







어릴 때부터

꿈속에

그려본 나만의 서재.


꿈은 현실이 되어

'청람서루'라는


이름 아래

5천 권의 책으로 가득 찼다.


한 권

한 권은


나의

노력과 인내,

헌신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중 몇 권은

가슴속 깊이 간직한 기억의 발자취로 남아있고,


몇 권은

아직 나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각기

다른 무게와 빛깔을 머금은

이 책들 사이에서는


지인들과

따스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인생의

여러 얘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반드시 물어본다.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그렇게 묻는

그들의 눈에는

책을 모으는 것과


읽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오해가 묻어있다.

모든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답하면,


어떤 사람들은

놀라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내 서재의 책들은

모두

읽히기 위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책은

수차례로 페이지를 넘기며

내 인생의 가치를 되새겼고,


어떤 책은

한두 페이지만 읽고

그대로 둔 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기를 기다린다.

나에게

이 책들은

단순한 글자와 문장을 넘어,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소중한 동반자다.


그것들은

내 기억과 경험,


그리고

미래의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나의 자녀와 같아,


그들 각각에게는

나만의 사랑과 관심이 깊게 담겨 있다.

'청람서루'는

나의 꿈과 현실,


그리고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책의 무게와 함께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느낀다.







브런치 가족분들

언제

시간 되면

들러 주세요.


아름다운 음악과

차 한 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허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묻지 마세요.


" 이곳 책 다 읽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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