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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고 있는 어머니, 딸만은 기억했다.

할머니의 보따리




어머니!


이 세 글자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여러분의 어머니는
어떠신가요?






한 할머니가 보따리 두 개를 가슴에 꼭 품고 헤매고 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할머니,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신고를 했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여쭤보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우리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어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슬리퍼 차림의 할머니는 아마도 이곳 주민이리라,
경찰은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 동네 주민들에게 보였다.
결국 딸이 입원한 병원까지 할머니를 모시고 갔다.

병실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누워있던 딸은
"엄마!"라며 외쳤다.
딸의 외침에 반응한 할머니는
꼭 안고 있던 보따리를 주섬주섬 풀었다.
그 안에는 식어버린 미역국, 나물반찬, 그리고 흰 밥이 들어 있었다.

"어여 무라."

그 어머니가 기억의 질병,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를 지켜본 병실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때로는 과분한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것은 결국은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치매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사랑은 결국 자신의 딸과 그의 새 생명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어떤 병도, 그 어떤 잊힘도 그 어머니의 사랑을 지울 수 없었다.

죽음의 직전,
혹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자녀를 걱정하는 것,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
그것은 잊힌 기억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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