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그 노인을 닮고 싶었다.
시간 속의 품격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1. 2023
너무나
멋진
너무나
품격 있는 노인을
만났다.
ㅡ
지하철 차량이
달리는 속도에 맞춰
시간의 바퀴도 재촉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지친 어깨를 편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이 공간,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삶의 여러 모습들을 마주한다.
며칠 전
지하철 안에서
마주한 한 품격 있는 어른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모습이었다.
그 어른은
80 중반쯤 되어 보였다.
나이는
단순히 수치에 불과했다.
그의 피부에는
시간과 삶의 자취가 새겨져 있었으며,
그의 눈에는
세월의
어떤 따스함이 감돌았다.
어릴 적,
나는 할머니로부터
‘어른이 되려면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이 풍족해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어른은
그 말이 무엇인지를 살아가며
보여주고 있었다.
지하철은
북적이고
노약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부족한 때가 많다.
그 어른이
탑승한 순간,
삶의 무게를 짊어진 어깨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한 젊은이가
그에게 자리를 제공했고,
그 어른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참으로
고맙긴 하네만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더
피곤한 일이 많으니
앉아 가시오"
품격 있는 백발에
고운 피부
정제된 언어,
고품격
그 자체였다.
이 순간,
지하철 안은
작은 극장이 되었고,
거기서 펼쳐지는
한 편의 풍부한
인간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그 어른은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며
젊은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 감사의
말 한마디에는
세월 동안 쌓아온
존중과 이해,
그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지하철 안에는
무형의 따뜻함이 확산되었고,
모두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도
이미 시간의 강을 건너
반 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 노인처럼
나도
하루하루 품격을 지키며 살아가야 함을
상기한다.
우리 모두가
삶의 장기 여행에서
품위 있게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삶이다.
어른의 품격은
시간과
삶이 서로 교차하는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며,
그 꽃은
우리가 나누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모든 순간에 향기를 풍긴다.
ㅡ
나를
가만히
돌이켜 봤다.
닮은 점이
제법
있었다.
남자였고,
반백의 머리,
중장년으로
접어드는 나이,
사양할 수 있는 언어 구사,
허나
문제가 하나 있다.
아무리
살펴도
그
어디에도
그 노인이 갖추고 있는
품격은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