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1. 2023
별안간
온몸에 문신한
청년들이
몰려 들어온다.
탕 속에 있던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며
슬금슬금
기어
나간다.
대신
그 자리를
문신맨들이
여유롭게
차지한다.
ㅡ
그때 그 시절,
시냇물 같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목욕탕.
기억 속의
그 공간은
이제는
적막한 골목에 희미한 흔적으로만
존재하지만,
나에게는
그곳이 사람들의 삶과
감정의 정수가
담긴 곳이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지근한 탕.
어린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탕에서 뛰놀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탕 안을 가득 채우며,
순수함과
활력이 향긋한 물비누
냄새처럼 퍼져간다.
다음은
중간 온도의 탕.
일반인들로 가득 차,
물결은
조금은 느리고
묽은 차가 끓는 듯한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교환되며,
한 날의 피로와
걱정을 물속에 녹여버린다.
가장
뜨거운 열탕.
노인들이 차지한
이 공간은
간혹
스팀으로 뒤덮여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뜨거운 물이
피부를 간지럽히며
콧노래가 맴돈다.
노인들은
이 뜨거움을 즐기며
'아, 시원하다'라며
찬찬히
시조창을 읊조린다.
이번엔
등판에 호랑이 타투가
가득한
젊은 청년들이 탕으로
힘차게 뛰어든다.
탕 속에 있던
사람들
그들 등짝 화려한 타투에
치를 떨며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와중에도
힐끗힐끗
그들 등짝에 새긴
다양한 동물의 세계를
호기심에
훔쳐본다.
타투한
한 젊은이
폼 잡고
노인들이 여유롭게
시조창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 있게
뛰어들었다가
화들짝 놀라며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돼지가 뜨거운 물에
빠졌다가
나오려
몸부림치는
바로
그
형상이다,
쫓겨 나온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킥킥대며
웃는다.
노인들의 노련미와
젊은이의 호기심이
잠시
충돌하는 그 장면은
이제
미소를 머금고 회상된다.
냉탕은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
물을 흩뿌리며
소란스럽게 노는 아이들에게,
때밀이 아저씨가
간간이 소리를 지르며
경계를 한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몰려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것은
삶의 활력소이자
행복이었다.
목욕탕은
사람들의 삶,
기쁨,
슬픔,
휴식이 교차하는 곳.
시간이 흘러
그곳이 사라져도,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물결과 함께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