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1. 2023
거나하게
탁주 한 잔 걸친
달삼이
막내아들 자랑에
코를
벌렁 인다.
ㅡ
탁주 한 잔
거나하게 걸친 달삼이,
특유의 입담으로
큰 코를 벌렁이며
아들 자랑에
힘준다.
아들 셋을 둔
달삼이는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단다.
ㅡ
그는
큰 아들이
군대를 가야 할 때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단다.
그날,
논산 훈련소까지 차를 몰고
큰아들을 배웅해 갔다.
그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의
첫걸음,
첫 웅얼임,
첫 학교 가는 날,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들을 훈련소 앞에서 보내며,
그는 눈물을 흘렸다.
둘째 아들이
군대를 가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엔
논산까지는 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둘째를 배웅했다.
그는 손을 잡고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 없는 약속을 했다.
둘째 아들도
그만의 색깔과 감성으로 성장하였다.
그를
역에서 보내며,
그는
다시 한 번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막내아들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때의
그는 이미 두 아들을 겪었기에
심정을 잘 알았다.
해서
이번에는
안방에서 막내를 보냈다.
"잘 다녀와, "
그것만이
그가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인사였다.
흥미로운 것은,
효도하는 아들은 막내였다.
세심한 배려와
사랑은
가장 마지막에 군대를 간
막내아들에게서 느꼈다.
큰아들과 둘째 아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막내는
그 무엇보다도 달삼이의 곁을 지켰다.
막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알았다.
세 아들,
그들의 군대 가는 날,
그리고
그들의 성장.
이 모든 것은 달삼에게
큰 교훈과 감동을 주었다.
ㅡ
땅 팔아 한양으로 유학 보내
판검사 된 큰 아들은 사돈집 장남이
되었고,
의사 된 둘째는 사돈집 차남이
되었다.
누대로
내려온 땅
삽과 괭이로 지킨
막내만
부모를 봉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