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왜 더 괴롭힐까?
여자 친구 고무줄을 끊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1. 2023
참
이상하다.
좋아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엉뚱하게도
미워하는 행동을 취한다.
ㅡ
초등학교 시절
한때 한 여학생을 좋아했다.
3학년 때쯤으로 기억된다.
마음에 드는 그 아이를 보면 가슴이 뛰었다.
너무나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대신,
그 아이가 고무줄 놀이하면 몰래 뒤에 가서 고무줄을 끊고 도망친다.
그 아이는 화를 내며 따라오곤 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얼굴에는 결코 싫어하는 표정이 아닌,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
미워하는 것 같은 행동으로 가리는 것은 상반된 감정을 드러내는 이상한 심리 현상이었다.
그것은 마치 달콤한 고통을 주는 난해한 사랑의 방식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행동은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만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는 그 아이를 좋아하면서도, 그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성인이 되어,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싫어하면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순수한 감정과 그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제 보면, 요즘 아이들은 더욱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들의 행동이 가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솔직함과 담백함은 부러울 정도다. 그들은 아직 세상의 복잡함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그대로 표현한다.
그렇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그 시절의 나를 회상하며, 순수했던 그 시절의 감정을 추억한다.
그 시절에는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으며, 감정 역시 복잡하지 않고 직접적이었다. 그런 순수한 감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이
더 지난 지금,
그 아이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도
나를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