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04. 2023
가을 저녁나절, 순댓국밥과 함께 기울인 막걸리 한 잔
순댓국밥과 막걸리
순댓국밥에
절친과
함께 기울이는
막걸리
한 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는
저녁나절
제격이다.
ㅡ
가을,
그것은 한 해 중에서도
특별한 계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나는,
순댓국밥과 함께한
막걸리의 향기에 빠져든다.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내 영혼의 휴식처로 변한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한 시골길에서
느끼는 가을의 서정성.
그 속에서
순댓국밥 한 그릇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정시다.
그 깊은 육수의 맛,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
그 위로 올라온
뜨거운 뜸 김.
모두가 내 입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준비된
연주곡처럼
내 귀를 사로잡는다.
그 옆에는
오랜 시간 함께한
절친이
앉아 있다.
서로의 얘기를 나누며,
눈빛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친구.
그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옛날의 추억을 떠올린다.
학창 시절의 추억,
대학 시절의 꿈,
그리고
지금의 현실.
모든 것이 그 막걸리 잔 속에서
담긴다.
바깥으로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분다.
그 바람에 실린
나뭇잎의 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크리켓의 소리.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순댓국밥,
막걸리,
그리고 절친.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가을바람이
부는
저녁나절,
이런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