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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2. 2023

올가을 추위는 유난히 일찍 왔다

노숙자와 아가씨






서울역 앞의

투명한 공기 속에,


노숙자들의 한숨이

차갑게 얼어붙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겨울이 먼저 찾아온 듯이,


추운 가을의

깊은 쓸쓸함이 감돈다.


그들의 어깨 위로는

물기가

가득한 가을밤,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거처할 곳 없는

그들 앞에서 흘러가는 사람들은,


급급한

발걸음으로

그들을 피하려 하며,


그들의 존재조차

간과한다.


노숙자들의

저녁 식사는 한 그릇의 뜨거운 국.

 그런데

그 국마저도

가을의 차가운 바람에

식어버린다.


햇살 아래에서도

그들의 세상은

 항상

어두움이다.

 이와는

반대로,


몇 발짝 떨어진

고급 브랜드 매장 앞에서는

고급 스카프를 걸치고

명품 구두를 신은 아가씨들


일찍

찾아온 추위를

반긴다.


추위 속

단풍이 아름답단다.


단풍을 바라보며

흐뭇이

미소 짓는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단풍은

불타오르는 듯

화려하게 물들었다.


그들에게 가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계절일 뿐,


그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

노숙자들과

아가씨들 사이의 이 대조는,


우리 사회의 격차를

냉혹하게 드러내 준다.


서로의 삶은

천양지차이며,


같은 공간 속에서도

그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이러한 모습은

서울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다.


우리는

그 대비 속에서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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