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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4. 2023

노부부의 발자취

가을의 길목에서






호젓한 가을,

그 진한 색깔의 골목길을

걷는다.


낙엽이

발 밑에 쌓여 있어,

그 위를 밟으면

소리가 난다.


소리는

크지 않지만,


듣기 좋다.

아마도

가을의 귀띔일 것이다.

길가에는

짙은 갈색과 붉은색의 나무들이

높이

뻗어 있다.


그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


그 빛은

가을을 품은 듯했다.


그런 풍경 속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80대가

훌쩍 넘은

노부부였다.


부부는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느렸다.


그것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남편은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왼손에는

아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시간의 흔적을 가득 안고

있었다.


주름진 손끝에서도

사랑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 손끝에서

흐르는 따뜻한 사랑이 둘만의 이야기를

새겨놓은 것

같았다.

이들의 눈빛은

서로를 향하면서도,


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추억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아껴왔을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 중년을 넘길 때

서로를

만났을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가을을 사랑의 계절로 여긴다.


그것은

아마 이런 모습의 노부부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가을의 따뜻한 햇살처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과 사랑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호젓한 가을

산책길,


그 길 위에는

사랑이 묻어나는 노부부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그 발자취는

길게,

길게 이어져 가는 것

같다.


가을의 바람이

그들을 감싸 안으면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그렇게

가을은 사랑의 계절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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