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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랑 Jun 01. 2024

마음이 아파도 병원에 가야한다.

나는 2022년부터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 당시에는 근로를 하지 않고 남편을 간병중이어서 불면과 불안 외에는 다른 증상을 파악하지 못했다.


작년부터 사무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법률서면을 쓰게되었고, 나름 고도의 지식을 사용하는 노동을 하는 와중에 최근, 남편의 일을 2주동안 처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5년간의 과거를 또다시 복기하는 도돌이표를 거치면서 우울증상이 심하게 닥쳤다.


물론, 신체적 노동 때에도 우울증이 동반되면 힘들긴 하지만, 나는 엄청난 정신력의 소유자라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냈다. 하지만 정신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이 일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1. 일단 글이 너무 안써진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말인데 이상하게 글이 눈에 안들어오고 글이 안보인다.


2. 자존감 뿜뿜하던 내가 갑자기 능력탓을 하고, 나를 부족하게 여기며 책을 구매해서 기초부터 다져보겠다고 사긴 했는데 책이 눈에 안들어와서 절망했다.


3. 내가 더 잘 배웠으면 나았을까 하며 과거를 후회했다.


4. 뜬금없이 눈물이 나는 매일이 지속됐다. 그리고 사무실에서까지 울고 앉아있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유없이 울고 있다.


5.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소가 안되고 있었다.


6. 식욕과 의욕이 없어서 살이 빠졌다.


7.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잠도 자고 싶지 않았을 정도.


결정적으로, 병원에가서 약을 증량했는데 다음날 거짓말처럼 이 모든 증상이 다 “해결”되고, “말짱”해 졌다.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놀랄만큼 내 행동과 언어는 180도 달라졌고, 마치 조증이라도 있었던 사람처럼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다. 나는 빼박 우울증이 심해졌던 것이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 처럼 마음이 아플때도 병원에 가는 게 맞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스트레스가 우리몸을 교란시키면 그 어떤 사회생활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사람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일상을 영위할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 심려치 말고 병원으로 가서 도움을 받도록 하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사회를 마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 잘 할 수 있으니 힘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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