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8년 인생에
22년을 차지하고 있는 남편.
남편과의 기나긴 시간들이
이제는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격렬히 회피했다.
남편과의 기나긴 시간들이
서른여덟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마치, 남편이 사라지면
나 역시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심리상담을 하던 날.
내 안의 느티나무 옆에 우뚝 서서
날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보내줬다.
우리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타인이라서
나는 그토록 울었던 걸까.
남편은 남편의 시간에서 살아야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달려야한다.
그것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서로 다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말을 한다.
같은공간에서 같은말을 나누던 기억은
내가 소중히 간직해둘테니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마.
어쨌든 네 곁에 내가 있을테니.
-머리를 다친 후, 오늘도 스무살을 살고있는 마흔살의 남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