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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Oct 24. 2024

글과 출판 사이에서

1.

한 모임에서 ‘한강’을 주제로 기쁜 수다를 떠는데, 70대 중반의 ‘맏언니’가
 “ 뭐 상을 탔으면 탄 거지 그게 뭐가 그렇게 좋아.”

우리는 동시에

“ 헉, 좋은 일이지요!”

입이 터진다.

내가 집에서 작은 파티도 열었다니까,

“그래서 나도 책 주문했어. 그 소년이 어쩌구 그거랑, 다이어트하는 거랑....”

우리는 또 빵 터졌다.


‘채식주의자’가 저렇게 연결되기도 하는구나, 한바탕 즐거운 소란이 지난 후 내가 궁금해서 묻는다.

“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책은 왜 사셨어요?”

“ 그리 대단한 일이라니까,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샀지, 읽어보려구. 근데 12월이나 돼야 책이 온다네.”

귀여운 분!


2.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모두 심각한 불황이었다고, 올해는 특히 역대급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출판사의 어려운 사정을 넘어,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거나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거나 이런 세태를 대할 때,


 “심심하면 책 읽자.”라고 가훈을 정한다거나, 

“인생은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라고 학교아이들에게 닳도록 주문을 외었던 터라

정말 안타깝기는 하다.


 수상자의 책은 물론이고 수상자가 언급하거나 관련이 있는 책들이 없어서 못 판다는 기사들, 인쇄소는 야간작업을 해서 찍어내고 있으나 아무리 찍어내도 감당이 안 된다는 기사들, 대형 서점, 중고 서점, 독립 서점들의 행복한 기사들.......,  출판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이런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난생처음 보고 있다.

 '노벨문학상의 위력이 이리 대단하구나.' 하면서.

 어쨌든 다양한 곳에서 신나는 일이 일어나서 다행이다. 그러나 특히 힘들었던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단비이고 이로움들이길, 가능하면 이 물결이 큰 강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길게 길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3.

 그날 딸아이의 깜짝 놀라는 탄성으로 소식을 접했다. 같이 걸으러 나가면서 들뜬 마음을 나눈다.

 ‘문송’이라는 말이 사라지기를, 국문과가 힘을 얻고 살아나기를,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작업이 활기를 띄기를... 국문과 출신이면서 일본어통역을 하는 딸아이가 바람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 이미 얼마나 좋은 작품들이, 진지한 작가들이 많은지..., 우리나라가 좀 센 나라였다면 이미..., 한글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국어선생님 출신이면서 글을 쓴다고 애쓰는 나는 ‘국뽕’을 늘어놓는다.

 결론은 "‘한강이 타서 너무 다행이고 좋아!" 그리고 들어와 건배를 했다.


 그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눈물 흘렸을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축하했을지 감이 온다.

 


4.

 써온 글들을 간추리고 다듬고 생기를 넣어 맘에 드는 출판사 몇 개를 선택하여 첫 원고를 ‘투척’다.

 아무 답 없는 몇 군데, 성의 있는 답 보내준 몇 군데,

그러다 ‘ 출판 방향과 맞고, 의미 있게 원고 검토했다’며 출판 얘기하는 한 곳!

 아싸! 드디어!

들뜬 마음으로 읽는데 뒤쪽에 뭔가 붙어있다.

‘150부~200부를 작가가 소진해 주시는 조건’, 나쁜 조건은 아닐 거란다.


 깔끔하지 않은 이것이 뭘까? 출판사가 어렵다더니 이렇게 책을 펴내는 건가?

책을 낸 경험이 있는 지인과 친구에게 문의를 해본다.

에세이집을 낸 지인은 “ 자비출판으로 볼 수 있네요. 다른 곳에 계속 투고를 해보세요.”

소설을 쓰는 친구는 “ 요즘 출판사 다 그래, 좋은 조건이야!”


 작가는 좋은 글만 쓰면 되고, 출판사는 좋은 책만 만들면 되고, 인쇄소는 신나게 좋은 책만 찍으면 되고, 독자는 좋은 책만 읽으면 되고, 좋은 책은 세상을 일용할 양식만 있어도 좋은 행복한 일상을 만들고, 그런 사람이 나누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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