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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쿠나 마타타를 기억하며

희망봉에 서다

by 순쌤

희망봉

케이프타운에서 60킬로미터 남쪽으로 내려가면 그 이름 유명한 희망봉이 있다.

마젤란이었니 누구였니, 예전 아프리카를 발견했다는 유럽인들이 붙여놓은 이름들, 엄밀히 말하면 아니지만 당시엔 육지의 최남단으로 알았고, 육지로 돌아가는 길이 보였던 희망봉....

정상으로 오른다. 저기 케이프 포인트의 등대가 보이고 기암절벽 밑에 가장 순결하고 위엄 있는 색을 지닌 바다가 펼쳐진다. 장쾌한 바다를 향해 손을 들고 인사한다. 그때도 그들도 여기를 아름답게 봤을까. 망망대해를 평화로운 희망으로 봤을까.

내게는 아프리카의 마무리를 여기 희망봉에서 한다는 것이 뿌듯한데,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는 마무리의 의미가 있는데, 오래전 그들에게도 마무리의 의미가 됐을까? 또 다른 도전이나 용맹이나 탐욕의 의미가 됐을까?

푸니쿨라를 타고 케이프 포인트인 등대를 향해 올라간다. 지도를 보면 왼쪽으로 인도양, 오른쪽으로 대서양의 한가운데 육지의 남쪽 끝단에 서다.

여기를 오다니... 저기 아래 희망봉이 보이고 거기서 올라오는 길이 있고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버스로 푸니쿨라로 돌아왔는데, 저 길을 걸어 내려가면 그런 장관이 없겠다.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이 길도 기억해 놔야겠다. 세상에서 가장~은 모르겠고, 정말 많이 많이 아름다운 길로.


볼더스비치

아프리카 펭귄이 산다는 곳.

바다 쪽에 바닷물과 함께 수영하는 펭귄들은 부지런하고 장난 좋아하는 펭귄일 것이다. 쓸려왔다 다시 쓸려가고....

모래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두 발로 서 있는 펭귄은 코미디를 하고 있나? 멈춰 있는 것이 '얼음 땡' 놀이를 하고 있는 듯, 그 모습이 정말 귀엽다. 얘들은 새과인가? 닭과인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실제로 보다니 내 눈이 다 신기하다.

내 머리는 다시 용량초과가 됐다. 너무 많이 보고 너무 풍성한 마음이 되고 온몸에 아프리카가 가득 찼다. 여행이 '비우는 것'이라 한 사람은 도인임이 틀림없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밤에 건배!


일식집에서 사 온 초밥세트랑 컵라면, 어제 사온 사우스아프리카 맥주와 함께 건배!

아프리카 여행이 어땠나?

아픈 사람이 많아 의기소침했던 이야기, 결국 한 부부는 우리와 같이 출국하지 못하고 병원에 며칠 더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가이드와 여행사의 아쉬운 문제들, 함께한 사람들 이야기, 남미와 아프리카만으로 단체 여행은 끝, 앞으로 갈 곳은? 트래킹하고 싶다~~

나눌 이야기가 많다. 23일이 좀 진했구나.


여행기는 아프리카가 끝나기 전에 그때그때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되지도 않을 꿈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저녁에 그냥 곯아떨어졌으니까. 내내 꿈도 꾸지 않고 잤다.

그러다 사흘 전부터 꿈꾸기 시작하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것이다.


이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대륙을 다녀왔다는 것부터,

약 30년에 걸친 나의 대륙 여행이 끝났다는 것과,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온 독특한 여행이었다는 것. 장하다 우리!


그러나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를 생각하면 맘이 편치 않다.

유럽의 식민지 하에서 심한 수탈과 차별을 겪은 나라

그들에 의해 국경이 직선으로 잘린 나라

그로 인해 아직도 전쟁과 분쟁과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

하여 여전히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과 고통 중에 있는 나라

사막이란 국토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

부패하고 불의한 정권, 경제적 불평등으로 사회가 불안한 나라.....

그러나 내가 만나본 나라의 사람들은

웃고 착하고 친절하고 따듯하고 한국에서 왔다 하면 좋아하고....


이들에게 꾸준히 평화가 오기를

절대 가난에서만큼은 벗어나길

정치인들 제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평화로운 사람으로 돌아가길"

그런 정권이 들어선 나라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니 고맙네.

이 땅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건배!


나는 또 어떤 일상을 살아가게 될까.

기억하자, 하쿠나마타타!!

모든 여건과 모든 자연과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202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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