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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막 사막 나미비아

스와쿱문트에 다시 올 수 있을까

by 순쌤

샌드위치 하버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바다 사이에 사막이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곳이다.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고 많은 자료에서 강추하고 있기에 투어신청을 했다.

사륜구동을 타고 샌드위치 하버를 향해 달리는데, 왼쪽은 흰모래사막이, 오른쪽은 대서양의 짙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여기 사막은 어제 본 사막과 또 다른 사막이라는 것. 사막의 듄이 거대한 산맥처럼 이어져 있다.

오늘 투어의 내용은 사륜구동의 지프차로 그 거대한 산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멀리서 개미 같은 차들이 산 위를 올라가고 능선을 달리고 하는 장면이 보이는데, 와, 저게 가능한가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하는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놀이기구 전혀 타지 않은 나는 지금도 가슴이 벌렁댄다.

천지가 그야말로 모래사막, 듄으로 되어있는 사막을 달린다. 그러다 설마 했는데 경사가 아주 급한 곳을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급한 내리막의 경사도 그냥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게 가능한가. 우리는 눈을 찔끔 감았다가 소리를 악악 질렀다가 환호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샌드위치 하버 투어가 이런 거라는 것을 우리는 아무도 몰랐음이 분명하다. 나도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지, 거기를 구경 가는 줄 알았지, 이렇게 사막 위를 미친 듯이 달리고 오르고 내린다는 것을 몰랐다. 물론 그걸 알았으면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 신청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그 아름다움과 스릴은 단연 형언할 수 없는 환상 자체이다.


흰 사막은 물결처럼 펼쳐져 있다. 사막의 표면은 실제 물결무늬로 채워져 있다.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사막 위에서 바로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바라볼 때, 나는 살아있음을, 하여 여기 먼 곳까지 왔음을, 그리고 이 사막 위의 풍경을 볼 수 있음을 진심 감사했다.

이 순간 함께 한 그, 일행들에게, 이 지구의 풍경을 만들어낸 모든 자연물들, 초월적 존재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여기 나미비아의 사막은 사막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듯하다.

데드블레이, 그리고 듄 45, 스와쿱문트에 올 때까지 여덟 시간 정도 보여준 여러 사막들.

끝없는 사막, 황량한 사막, 붉은 사막, 흰 사막, 돌멩이 사막, 풀들과 함께한 사막, 나무 간간이 보여주는 사막....

오늘 본 사막의 정수, 희고 잔잔한 부드러운 사막. 우리는 이걸 못 봤으면 어쩔 뻔했냐고, 이것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로 꼭 봐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름다운 것은 끝이 없을 게다. 이제 웬만한 것은 다 봤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택도 없다. 아프리카에는 늘 새로운 것이 있으며, 지구는 아직 넓다는 것.


스와쿱문트에서 딱 1년만


6시간 사막 사막 사막을 달려오면 스와쿱문트라는 도시가 나온다.

해변 휴양지인 이 동네를 들어올 때 깜짝 놀랐다. 천지가 모래인 사막에 있다가 이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휴양지라니.... 숙소 앞에 있는 호텔엔 카지노까지 있다.

우리는 깔끔한 숙소에서 주머니 가득 모래와 켜켜이 사막 냄새 묻혀온 몸도 털어내고,

컵라면 한 개, 햇반 한 개, 김치, 건조 된장국 한 개, 이렇게 남은 비상식량도 다 털다.

진하고 곤한 하루도 풀어지고

몸도 잠도 꿈도 풀어지고...


오후에 남아공으로 가기 위해 '왈비스베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오전에 스와쿱문트 시내를 돌아볼 여유가 있다.

사막의 냄새가 없고 날도 선선한 아침이다.

시내가 휴양도시답게 깨끗하고 한가하다. 독일의 식민지였다는데,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 건물로 낮고, 화사하고 예쁜 색으로 장식하고 있어 유럽풍의 느낌이 난다.

해변을 걷다 보니 대서양의 푸른 바다가 잔잔하고 찬란한데 유럽의 어느 도시 같기도 하다. 한가롭다.

한쪽에 열린 프리마켓에서 나미비아의 그림들, 장식물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듄이 그려진 마그네틱을 사고 싶은데 그런 것은 없다.

스와쿱문트 뮤지엄. 나미비아와 이 도시의 역사, 환경, 생활상 등이 진열돼 있는 것이 민속 박물관인 듯.

그들이 몸에 치장하는 장신구들이 조개로 조각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다. 박제해 놓은 동물들을 보며 그동안 봤던 동물들 이름도 확인하고 복습하다.

운동장 펼쳐진 '초등학교'가 보인다.

나미비아의 초등학교! 깔끔하고 아담한 학교가 낯설고도 정겹다.

이름은 '스와쿱문트 초등학교'가 아닐까.

갑자기 여기서 일 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왜 들었을까.

이후 우리의 미래를 향한 번뜩임과 희열과 폭풍검색의 결과는, 아쉽게도,

"나미비아에서는 코이카 한국어교사 모집하지 않는다."


마지막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남겨두긴 했다만, 지금까지는 여기 나미비아가 최고다.

사막과 스와쿱문트. 여기는 다시 오고 싶다. 스와쿱문트에서 머물다 개인적으로 사막투어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듄 45 다시 오르고 싶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오르고 싶다.

어제 갔던 샌드위치 하버 다시 가고 싶다. 거기서 샌드보딩을 하면 살이 다 까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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