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연분만 이야기
담당선생님의 판단아래 순식간에
제왕절개에서 자연분만으로 바뀌고,
빼곡히 잡혀있던 수술스케줄에
예정에 없던 내가 젤 첫 타임으로 끼어들어가서 응급으로 출산이 잡히자
갑자기 여기저기 온통 분주해졌다_
덩달아 내 마음도 두렵고 널뛰기 시작했다.
"남편,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데
애기들 나오기 전에 사진 하나만 찍어주라."
수술실로 끌려가기 전에 급하게 찍은
사진 한 장_
모자이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초췌한 몰골.
찍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수술실로 이동할게요."
내가 베드채로 끌려갈 때 남편도 미리 가서
수술복으로 갈아입는다.
수술실에 들어서고
짧은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니
수술실 자체가 굉장히 넓었고
어림잡아도 10명은 되어 보이는 선생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 듯 보였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내 주위에는 족히 6명쯤이 둘러싼듯하다.
내가 볼 수 없게끔 배쯤에 가리개로 가려지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남편이 선생님의 인도를 받아
내 머리 쪽으로 왔다.
내 머리 바로 뒤에는 남자선생님이 계시고
남편은 그 뒤나 옆쯤 서있었던 것 같다.
애기가 태어나고 나서 남편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첨부터 들어와 있어서 좀 놀랬다.
요즘 자연주의 출산이다 뭐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낳는 경우도 많지만
나는 좀 쑥스럽기도 하고
아이 낳는 모습을 남편이 보지 않길 바랐다_
아이를 낳는 순간이 그토록 기다렸던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남편 한 테만큼은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나 보다.
제왕절개였으면 당연히 그러했겠지만
자연분만으로 응급으로 진행되다 보니
남편이 이미 들어와 있네?!?!
ㅎㅎㅎ
뭐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출산과정_
관장도 못해,
남편은 진통 겪을 때는 없다가
출산할 때는 옆에 있고
허허허
기본세팅? 이 끝나고
이제 정말 힘줄 시간_
하나 둘 셋~ 끙~!
하나 둘 셋~ 끄응~!
힘을 주면 머리맡에 계신 남자선생님이
배를 같이 밀어주신다.
열심히 힘을 주고 있는데 옆에 있는 선생님이 계속
입으로 소리 내지 말라고 말했다.
(힘주는데 당연히 소리가 나지 왜 그런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입으로 소리를 내면
힘이 분산돼서 그렇다고 한다.)
몇 번 시도를 하는데
"이 엄마 정말 힘 줄지를 모르네.
어떡하지"
들려오는 원교수님의 목소리_
"엄마, 배에다 힘을 주지 말고
항문에다 힘을 주는 느낌으로~!
자~다시 해보자~!"
정말 자. 연. 분. 만. 의 1도 모르고
호흡법은 무슨 개뿔 ㅠㅠ
제왕절개만 믿고 있다가
힘주는 방법도 모르고..
수술실 상황 실화냐 정말_
어쨌든 얼레벌레 원교수님의 지휘아래
세 번의 시도 끝에 첫째가 뿅 나왔다.
그야말로
뿅!
더 나은 표현을 찾아봐도 뿅이다.
그냥 말 그대로 애기가
뿅 나온 느낌.
선생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첫째.
"앵~~~ 앵 앵~"
우렁찬 울음소리_
그 모습은 정말 기억이 생생하다.
난 감격스러워서 짐승 같은 목소리로
"우오~오오~ 오오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방출되었고
뒤에 남편도 감격스러운지
"어어~어어어~"
남편의 숨소리도 기억나던 그 순간.
우리가 너무도 바라왔던 그 순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순간을.
수술실에서는 항상 아이를 보낸 슬픈
기억밖에 없는데 정말 파노라마처럼
만감이 교차.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가슴팍에 안겨 캥거루케어를 해주며
"세상에 나오느라 고생했다 내아가."
토닥여주며 말해주고 싶었지만
쌍둥이 출산에서는 사치 ㅋㅋㅋ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첫째를 내게 얼굴을
정말 0.1초만 보여주고 옆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뱃속에 아직 남아있는 둘째가 있기에.
나는 바로 2차 힘주기 돌입.
한번 해봤다고
그 뿅 나온 느낌을 살려 또다시
끙!
끙!
끄응!
힘을 줌과 동시에
둘째는 흡입기로 빼내어졌다_
또다시 뿅!
둘째 역시 대롱대롱 나온 것만 보고
재워준다는 선생님의 말에
난 잠이 들었고 후처치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아기들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있다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다른 산모들보다 출혈량이 많아
출혈방지를 위한 별도의 시술이 진행되었고
퇴원하기 전에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출혈 때문인지 꽤 긴 시간을 휴식하고
병실로 돌아왔다.
실은 깨어나고 나서 기억이 전혀 없어
어떻게 병실에 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내가 후처치하는 동안에 남편은 밖에서
이렇게 아가와 기념사진을 찍는다.
물론 쌍둥이니깐 두 번.
오구오구 헐렁이
2.34kg
오전 8시 14분
정말 태지하나 없이 뽀얗게 태어나
나오자마자 수술실 선생님들이
동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던 녀석_
오구오구 뚱땅이
2.24kg
8시 16분
뚱땅이가 나왔을 땐 일동 정적
ㅋㅋㅋㅋㅋㅋㅋ
가식이라도 감탄을 좀 해줬으면
냉정한 선생님들의 반응 ㅋㅋ
태지를 엄청 뒤집어 씌고 나온 뚱땅이_
나는 아가들이 태어나면
그간의 맘고생하며 아가들을 기다렸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엄청 울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덤덤했던 것 같다.
오히려 아기를 키우면서 벅차오르고
내가 이 아이들을 정말 낳았나..
내가 엄마라니..
실감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일반병실로 돌아와 남편을 만났을 때도
우린 서로 간단한 말로 격려했고
비로소 웃었다.
내가 엄마가 되었듯이
그도 아빠가 된 것이다.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