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날씨 : 흐림-맑음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8시30분, 요즘 부쩍 아침에 일어나기가 조금 힘들어졌다. 연휴 때까지만 해도 하루를 힘차게 보내기 위해 힘차게 일어났었는데, 아마도 요즘 매출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열심히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본다.
출근 준비를 하고 후리스를 단단히 입은 뒤 경제뉴스를 들으며 전기자전거를 타고 매장으로 간다. 어제 저녁 비가 와서 그런지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매장에 도착하니 따뜻한 매장의 공기가 나를 감싸주었다. 오늘도 전등을 키고 오픈 준비를 했다.
오픈 준비를 하고 새우볶음밥을 돌려 도넛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오늘도 커피 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설정했다. 그 사이 물류를 정리하고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리뷰 답변을 드렸다. 타이머가 울리고 마시는 커피 한 잔, 여느 때와 같이 고소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산뜻한 CCM을 틀면서 토요일을 시작했다. 어제 당근 광고를 시작하고 새로운 소식도 올렸기 때문에 오늘은 당근 포장주문이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쇼츠를 잠깐 봤는데 AI를 활용해 카페 매장을 홍보하는 짧은 영상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쇼츠였다.
10~20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한 뒤 AI로 편집하면 퀄리티 좋은 영상이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AI를 이미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영상을 촬영해 편집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까지는 생각만 했고, 오늘은 어떤 영상을 올리면 좋을지 어디에 올릴지 고민을 했다.
당근 비즈프로필/네이버 클립, 일단 두 개의 플랫폼에 영상을 편집해 올리기로 했다. 주말 동안 구체적인 구상을 하고 다음 주 평일에 본격적으로 영상을 촬영해 편집을 해 볼 예정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오픈을 했는데 1시간 동안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도 한가하면 큰일인데'라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려 6개 주문이 30분 동안 쏟아졌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지만 그래도 몽은 홀가분했다. 주문을 다 보내고 언제 또 바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영양제를 입에 털어놓고 먹은 뒤 구찌뽕도 챙겨 먹어 토요일을 단단히 준비했다. 그 뒤로 감사하게도 주문이 꾸준하게 들어와주었다.
오늘같이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배달 주문이 감소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나도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놀러가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늘은 주문이 계속 들어와 안심이 되었다. 주문은 몰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들어왔고, 1시부터 시작된 주문은 3시30분이 되니 조금 뜸해졌다.
그리고 주말에는 평일보다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은 편이다. 예전에는 주말 배달 주문이 많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손님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노력하면 테이크아웃 주문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타협하고 지난 달부터 주말에 테이크아웃 주문을 받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주말 테이크아웃을 받지 않았지만 평일보다는 매출이 높은 모습이다. 대신 내가 좀 더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새로운 매출이 생겼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주문을 다 보내고 비품들을 채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택배가 왔다.
주문한 택배가 없는데 송장을 보니 종이컵이었다. 지난번 종이컵 업체와 종이컵 불량에 대해 전화통화를 한 뒤, 업체측에서 종이컵 하단 접착 부분 이상을 인정했고 그래서 10줄을 보내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남은 종이컵을 2겹씩 보내야 하기 때문에 20줄 1박스를 보내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요청드렸었다.
연락이 없어서 10줄만 보내주는구나 생각했는데 20줄 1박스를 보내주셨다. 지난번 내가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업체의 입장도 생각하며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부탁했던 덕분인 것 같았다. 역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다시금 머릿속에 새겨봤다.
비품을 채우니 어느새 4시가 되었다. 오늘 저녁도 여자친구랑 매장에서 먹는데 오랜만에 치킨을 먹기로 했다. 사실 내가 치킨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번에 푸라닭에서 파브리셰프와 콜라보한 치킨이 나온 것을 쇼츠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치킨을 먹고 싶은 겸 신메뉴를 먹고 싶은 겸, 겸사겸사 치킨으로 저녁 메뉴를 결정했다.
오후 5시 여자친구가 매장에 왔고 치킨을 주문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치즈볼도 같이 주문했기 때문에 빨리 치킨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주문들을 보냈다.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배달이 도착했다. 치킨을 열기 전 짜파게티 같은 냄새가 났다.
치킨을 열어보니 파튀김이 토핑으로 올려져 있었고, 먹어보니 달콤하고 짭쪼름한 간장치킨이었다. 그런데 일반 간장치킨이랑은 좀 더 단 느낌이었고 파튀김의 식감도 괜찮았다. 맛은 있었지만 푸라닭에서는 깐풍치킨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치킨을 맛있게 먹고 토요일 저녁장사 시작이다.
저녁시간은 생각보다 한가해 실망을 했다. 그래도 한가한 김에 허투루 보낼 수 없기에 영상 제작 고민을 했다. 콘텐츠를 생각하고 어디에 업로드할지 정리했는데 원래라면 노트북을 사용해 기획을 정리했을 텐데 이번엔 노트에 정리를했다. 노트는 노트북보다는 자유롭게 적고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아이디어는 많은데 정리가 어렵다면 노트를 사용하는 편이다.
확실히 노트에 적으니 아이디어가 정리가 되었다. 매장에서 찍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로 10개 정도를 생각했으며, 플랫폼으로는 당근 비즈프로필/네이버 클립/유튜브 쇼츠를 활용할 예정이다. '배달천재'라는 나만의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채널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영상제작 생각을 꽤 오래할만큼 토요일 저녁은 계속 한가했다. 오후에도 그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저녁까지 주문이 부족한 상황이니 비수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 비해 이번 주부터 매출이 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의심은 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확실해졌다.
그래서 배달앱들을 점검해 봤는데 노출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시 한번 배달앱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니 노출 수가 확실히 감소된 모습이었다. 노출 수가 감소됐다는 것은 결국 이용하는 고객이 줄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수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든지, 그나마 있는 클릭수를 주문전환율로 바꾸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주문전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광고비나 쿠폰비용을 써야 한다. 우리 매장 상태로는 추가 광고비/쿠폰을 사용하기에는 지금도 아슬아슬한 상태이기 때문에 좀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은 방법은 테이크아웃 매출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당근 포장을 활성화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오시는 손님에게 더 친절하게 리유저블컵으로 제공해 테이크아웃 매출을 높여야 한다. 당분간 매출이 낮아 멘탈이 흔들릴 수 있지만 정신을 재무장하고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방법들을 생각하니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수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9시30분부터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마감하기 1분 전까지 주문이 들어왔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 안도감이 더 컸기 때문에 불만 없이 주문들을 보냈다. 덕분에 마감청소를 늦게 시작해 퇴근 시간이 늦어졌지만 포스매출을 보니 불만도 스르륵 사라졌다.
지난주보다는 매출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번 주 평일 매출 상황을 보면 그나마 오늘 선방했다. 포스매출을 확인하고 빠르게 마감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비어 있는 비품을 채워 넣었다. 내일은 주일로 교회에 가기 전 매장에 와서 오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에 학교에 단체주문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교회에 가기 전 미리 준비해 두려고 한다.
그렇게 마감청소를 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30분, 늦게 퇴근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바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비수기가 온 만큼 더 열심히 연구를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로 다짐했다. 더, 더 열심히 하는 게 자영업자, 자영업을 그만둘 때까지는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은 뒤 매장 전등을 끄고 전기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며 오늘도 퇴근을 한다.
**사장 노트**
당근·네이버 영상 계획
종이컵 불량: 20줄 보상
테이크아웃 매출 강화
비수기 진단, 전환율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