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너와 나

#4

by 삼류작자

기름때가 배어든 작업복 차림의 손님들로 식당 안은 절반쯤 차 있었다.

공단에서 막 나온 사람들의 체취와 국밥 냄새, 끓는 소리와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인 저녁 시간이었다.

이십 대 중반의 정숙은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음식을 내려놓고 있었다.


“아가씨,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뒤쪽 테이블에서 또 소리가 날아왔다.

정숙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지만, 그 소리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본 여사장은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찼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는 여전히 저 모양이었다.

그거 하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유, 일은 잘하는데 말이야…”

여사장은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며 소주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언제까지 저렇게 쭈뼛거릴 건지.”

결국 여사장이 먼저 움직였다.


“정숙 씨, 이건 내가 갖다 줄게.”

식당 안, 특히 근처 공단에서 일하고 나온 젊은 남자 손님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숙에게 꽂혀 있었다.

꾸미지 않은 차림이었지만, 묘하게 눈에 띄는 얼굴이었다.

여사장은 그런 시선을 못 본 척하지 않았다.

단골인 젊은 남자를 향해 말하는 척하면서,

주변 테이블에도 들리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으이그, 아가씨 결혼했어.”


“누가 머래요?”

젊은 남자손님은 괜히 멋쩍게 웃었지만, 짧은 아쉬움이 얼굴에 스쳤다.

식당은 다시 일상적인 소란 속으로 잠겼다.

그때,

철컥— 하고 문 여는 소리가 났다.

얼굴이 조금 상기된 상훈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여사장은 익숙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상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사장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문간에 잠시 서서 식당 안을 훑었다.

손님이 막 나간 테이블을 정리하던 정숙이 눈에 들어오자, 상훈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잡아채듯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야! 나가자.”

정숙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오빠… 왜 이래…”

소극적인 성격 그대로,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야, 일단 나가.”

상훈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상훈은 그대로 문 쪽으로 정숙을 이끌었다.


“나가자고.”

입구 카운터 앞에 이르자 그는 그녀가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이거 빨리 벗어.”

여사장이 놀라며 끼어들었다.


“아니, 누구신데 이러세요?”

상훈은 여사장의 말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정숙에게만 말했다.


“니 물건 있으면 빨리 챙겨.”

정숙은 상훈의 재촉에 마지못해 앞치마를 풀었다. 손이 잠깐 떨렸다.

여사장을 향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저희 남편이에요.”

그제야 상훈이 여사장을 바라봤다.


“얘 오늘부로 관둬요. 일한 돈 주세요.”

여사장의 얼굴이 굳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딨 어요? 정숙 씨 아니 우리 이러면 안 되죠.”

그때 식당 한쪽에서 숟가락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같이 식사하던 일행들이 만류했지만, 아까부터 정숙에게 시선이 머물던 젊은 남자가 상황이 걱정스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끼어들었다.


“아니, 저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상훈은 그를 힐끗 봤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언뜻 보기에도 다부진 체격이었다.

그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상훈은 정숙에게만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 됐다.”

여사장을 흘긋 보고는 정숙을 다시 잡아끌었다.


“일단 그냥 나가자. 챙길 거 없지?”

정숙은 상훈의 손에 이끌려나가며 여사장에게 미안한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젊은 남자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결국 그 뒤를 따라나섰다.


“아니, 잠깐만요—”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공단지대 입구에 붙어 있는 순대국밥집 앞이 훤히 드러났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단에는 한낮에 쌓였던 기름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듬성듬성 서 있는 가로등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고, 빛은 바닥에 닿기 전에 흩어졌다.

퇴근 시간이 막 지난 골목은 조용했다.

사람이 빠져나간 뒤의 조용함이었다.

텅 비어 있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망치가 지키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상훈은 그를 흘긋 보고는 괜히 정숙을 더 재촉했다.


“아 좀. 빨리 걸어.”

뒤에서 따라 나온 젊은 남자가 상훈을 향해 말했다.


“저기요. 잠깐만 서보세요.”

상훈의 뒤를 따르던 망치가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천천히 몸을 돌려, 아무 말 없이 그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망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위협하듯, 얼굴로 한 번 밀어붙였다.

그게 전부였다.

젊은 남자는 한 발짝도 더 나오지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벌어질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굳어버렸다.

망연한 얼굴로, 그들이 멀어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망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돌려, 다시 상훈의 뒤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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