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16

by 삼류작자


정숙은 렌조의 손에 이끌려 95년식 검은색 크라운 조수석에 태워졌다.

차문이 닫히는 소리는 둔했고, 실내에는 오래된 가죽 냄새와 담배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렌조도 정숙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을 해봤자 서로가 알아들을 리도 없을 것이다.

렌조는 시동을 걸고, 핸들을 틀어 그대로 차를 몰았다.

차는 새벽의 텅 빈 도로를 경쾌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유리에 작은 점들이 하나둘 맺혔고,

와이퍼가 천천히 움직이며 빗방울을 밀어냈다.

차는 오사카시 니시나리구 하나조노미나미를 벗어나

스미요시구 쪽으로, 다시 사카이시 경계 방향으로.

큰 도로에서 한두 번 꺾이자 풍경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신호등도, 간판도 줄어들고 단독주택 위주의 조용한 동네가 나타났다.

오래 산 사람들이 남아 있는 곳.

해가 지면 숨을 더 낮추는 동네였다.

렌조가 사는 곳은 그 동네에서도 한 번 더 들어간 곳에 있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법한 골목 끝.


차가 멈추고 엔진이 꺼지자,

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남았다.

그 소리마저 사라지면 이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단층짜리 전통 일본식 목조 가옥.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집이었다.

나무 대문을 여는 순간,

빗물에 젖은 흙냄새가 낮게 올라왔다.

건물이 감싸듯 작은 마당이 있었고 그 너머로 낮은 툇마루가 이어져 있었다.

처마 끝에서는 빗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렌조의 손에 이끌려 신발을 벗고 툇마루 위로 올랐다.

미닫이문이 열리자 다다미가 깔린 거실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차부다이라 불리는 낮은 일본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술병 몇 개와 술잔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밖에서는 빗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가구는 거의 없었고, 생활의 흔적도 많지 않았다.

사람 하나가 겨우 머물다 가는 공간 같았다.

젖은 공기가 다다미에 스며든 듯, 실내도 약간 눅눅했다.

렌조는 정숙의 손에서 가방을 낚아채듯 빼앗아 방 한쪽으로 던지듯 놓았다.

그리고 다시 손목을 잡아끌었다.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 안을 한 번 보이더니

맞은편 욕실 문을 열었다.

들어가라는 뜻인지, 손으로 안쪽을 툭 가리켰다.

투박했고, 성의도 없었다.

비에 젖은 옷자락이 그의 손목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걸 알면서도 답답한 듯 욕실 앞에 서서 짧게 말했다.


“洗え。 (씻어.)”

정숙이 멈춰 서서 렌조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는 두려움도, 거부도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이 지나온 뒤였다.

그저 다음이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눈이었다.

렌조는 그 시선을 잠깐 받았다.

그의 표정에는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어색한 듯, 한 박자 늦게 손을 뻗어 정숙의 등을 욕실 안쪽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숙은 욕실 안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든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겹쳤다.

그 소리들 사이로,

하루 동안 벌어졌던 일들이 뒤죽박죽 섞여 한꺼번에 밀려와 눈시울이 서럽게 젖어들었다.

그러나 감정들만이 몰아칠 뿐 무엇에

그리 서러운지 그녀 스스로도 정확히 떠오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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