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햇살이 따사롭던 정오였다.
정숙은 마당을 쓸고, 먹다 남은 도시락의 밥알을 한데 모아 작은 그릇에 담았다.
화단 한편에 내려두자 새들이 하나둘 내려와 조심스럽게 쪼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툇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따뜻한 볕이 무릎 위에 고였다.
그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팔에 붕대를 감은 렌조가 들어왔다.
하얀 천 사이로 붉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그가 낮에 집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다.
정숙은 툇마루에 앉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도, 어쩌면 처음이었다.
처음 바다 위에서 몇 번 스치듯 보았고,
손목을 잡아끌려 이곳으로 올 때 잠깐 마주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시선을 화단으로 돌렸다.
새들을 바라보았다.
렌조는 잠시 대문 앞에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서로를 보지 않은 채,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새들이 날아오르자
남겨진 화단에 시선이 머물렀다.
동백꽃 하나가 가지 아래 떨어져 있었다.
렌조가 감탄하듯 안타까운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花、落ちたな”
(…꽃, 떨어졌네.)
정숙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본 채, 혼잣말처럼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요. 날씨가 참 좋네요.”
둘은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