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아키라(谷口 彰)

#34

by 삼류작자


이야기는 19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시야마구미 산하 고도리구미의 두목이었던 시오자키 노부카즈(塩崎 信一)는 신흥 세력이던 쿠로사와구미에 비공식적으로 파칭코 부동산과 해외 송금을 포함한 자금 세탁의 일부를 맡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분명했다.

지부의 수입은 눈에 띄게 늘었고, 자금은 막힘없이 돌았다.

돈은 자유로워졌고,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쿠로사와 쪽은 단순히 ‘처리’에 그치지 않았다.

자금이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어떤 사업이 가장 많은 피를 뽑아내는지,

조직의 속살을 하나하나 더듬듯 훑기 시작했다.


노부카즈는 그들을 발밑에 두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오산이었다.

쿠로사와는 자금의 이동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다

아라시야마가 오랜 시간 공들여 관리해 온 간사이 지역 유력 정치인,

오쿠다 히로마사(奥田 弘正)의 존재를 파악했다.


오쿠다는 항만 재개발, 파칭코 인허가, 경찰과 행정 라인까지 연결되는 아라시야마의 핵심 카드였다.

쿠로사와 쪽에서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자금의 흐름을 치밀하게 더듬었다.

그 결과 오쿠다의 불법 정치자금과 해외 비자금 자료를 손에 넣었고,

그것을 무기로 접근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쿠로사와구미 본거지 인근 항만 재개발 구역,

대형 파칭코·상업 복합시설 사업권 일부가 쿠로사와 쪽으로 넘어갔다.


그 순간, 판은 뒤집혔다.

그 일은 곧바로 아라시야마에도 타격이 되었다.

몇 달 전 시오자키 노부카즈는 모든 책임을 지고 단지(斷指)한 뒤

아무 말 없이 지부의 오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식적으로는 그의 판단 미스와 독단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과거 쿠로사와를 처음 이 판에 끌어들인 인물 다니구치였다.

시오자키 노부카즈는 물러나며 한때 심복이었던 다니구치의 이름을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달이 흐른 지금.

노부카즈는 사라졌지만,

쿠로사와 쪽에선 다니구치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조직의 눈 밖으로 큰돈이 다니구치의 손에서 돌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 번 물린 줄은 그 스스로 풀 수 없는 듯 자꾸만 엉켜 들었다.




이케다와 다니구치가 마주 앉아 둘의 술자리가 이어졌다.

다다미 위의 상은 단출했고, 술병은 이미 하나 비어 있었다.

에어컨이 낮게 웅웅거렸고,

멀리서 파칭코 기계가 쏟아내는 금속성 소음이 얇은 벽을 타고 스며들었다.

다니구치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골치가 아프게 됐단 말이야.”


다니구치의 푸념에 이케다는 잠시 다니구치의 얼굴을 훑어보다가,

말을 꺼냈다.

“어제.. 또 쿠로사와 쪽에서 연락 와서. 여자 하나 더 보내달라고 하던데...”


이케다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니구치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쨍—

술잔이 벽 쪽으로 날아가 깨졌다.


“칙쇼. 내가 언제부터 쿠로사와의 개가 됐냐!”

방 안에 술 냄새와 함께 날 선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니구치는 이를 악물고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에 엊그제 들은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렌조가 자신에겐 아무런 말없이 아라시야마 본가에 간부 회의를 요청했다는 말.

회의 중 ‘쿠로사와구미’에 대한 언급이 돌았다는 이야기.

그 후 렌조가 마사노리 영감과 독대를 했다는 이야기.


본가에서 ‘쿠로사와’라는 이름이 오르내리는 순간,

날이 서지 않을 리 없었다.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했다.

다니구치는 잔을 다시 채워 들었다.

술이 입안에서 쓰게 돌았다.

마사노리와 함께 피를 흘렸던 노부카즈는 단지로 끝났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판, 칼자루는 이미 미즈하라 녀석 손에 쥐어졌나.’


그 생각이 떠오르자

술맛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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