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준페이

#41

by 삼류작자

하세가와 준페이, 스물셋.

문제아, 싸움질, 소년원, 불량배, 좀도둑

열여섯에 가출한 그의 이력은 늘 그런 단어들로 엮여 있었다.

정식 조직원도 아니었다.

야쿠자를 동경하며 주변만 서성이는, 그저 ‘친피라’에 불과했다.

운 좋게도 그는 오사카에서 제법 전통 있는 야라시야마 계열, 그 하부조직인 고도리구미의 조장 다니구치의 눈에 들었다.


다만 다니구치 입장에서 보자면 ‘눈에 들었다’기보다는,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는 심부름꾼 하나쯤 데리고 다니기 좋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준페이는 다니구치의 운전수 노릇을 하거나 심부름을 맡아하며, 언젠가는 사카즈키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벌써 그런 생활이 일 년 정도 지났다.

맡는 일은 여전히 운전과 심부름이 고작이었지만 다니구치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주변에서 어울리던 친구들 앞에서는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말투는 더 거칠어졌고, 허세도 눈에 띄게 늘어갔다.

이제 곧, 진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다니구치의 명을 받아 여자를 납치했다.

준페이는 뭔가 큰일이 벌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번 일만 잘 풀리면 자신도 드디어 큰 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기대가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준페이는 자신이 납치한 여자가 미즈하라 렌조의 여자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조수석에는 정숙이 가방을 끌어안은 채 앉아 있었다.

준페이는 운전대를 움켜쥔 채 수시로 옆을 힐끗거렸다.

혹시 소리를 지르진 않을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내리진 않을지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動くな。”

(움직이지 마.)


낮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목소리는 생각보다 거칠게 튀어나왔다.

“余計なことすんなよ。”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下手な真似したら……マジで面倒くせぇからな。”

(어설프게 굴면… 진짜로 귀찮아지니까.)


위협이었지만,

말끝은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강한 척 내뱉은 말들 속에서 오히려 준페이 자신의 불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수석에 앉은 정숙은 준페이의 뺨을 가로지르는 화상 자국을 본 이후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머릿속 깊숙이 가둬 두었던 기억들이 뒤죽박죽 뒤엉켜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의 시작은 얼굴의 화상 자국이 있는 남자에게 복부를 얻어맞고, 그대로 승합차에 밀어 넣어지던 순간부터였다.

그 이후의 장면들은 서로 엉겨 앞뒤도 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전은 기억은 임신 테스트기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

그 사이의 시간은 생각하려는 순간, 눈물이 먼저 차올라 더는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신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상훈의 웃는 얼굴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정숙은 숨을 삼키듯 낮게 입술을 달싹였다.

“오…빠…”

준페이는 운전대를 잡은 채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 한다는 기척에 마치 막아 세우듯 연신 말을 쏟아냈다.

“黙って座ってりゃいいんだよ、クソが。”

(닥치고 가만히 앉아 있어, 씨발.)


“おとなしくしてりゃ、何も起きねぇ。”

(얌전히만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생겨.)

잠시 숨을 고른 뒤, 거의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だから、静かにしてろ。”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그 말은 정숙을 향한 협박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말에 더 가까웠다.




차는 어느새 항만도로에 접어들었다.

준페이의 시야에 시오미 운송(潮見運送) 이라 적힌 간판이 스치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니구치가 부탁하듯 맡긴 일을 자신이 제대로 해냈다는 생각에 핸들을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차가 건물 앞에 천천히 다가서던 그때 2층 외벽의 철제 계단 위에서 등판이 피로 흥건히 젖은 남자가 굴러 떨어졌다.

준페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계단 아래로 나뒹군 건 다니구치였다.


그리고

계단 위.

칼을 쥔 채 황급히 뛰어내려오는 머리가 알록달록한 쇼지의 모습.

준페이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やっべぇ……”

(…좆됐다……)


본능적으로 그는 브레이크 대신 악셀을 끝까지 밟았다.

차는 건물을 스쳐 지나치듯 통과하며 속도를 올렸다.


“クソ……クソクソクソ……!”

(씨발…… 씨발씨발씨발……!)

핸들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심장은 귀 옆에서 직접 뛰는 것처럼 요란하게 울렸다.

준페이는 자신이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사람처럼,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가며 머릿속을 쥐어짰다.

그렇게 한참을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렸다.


“クソ……クソクソ……!”

(씨발…… 씨발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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