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불명

#42

by 삼류작자


“クソクソ……!”

(씨발, 씨발……!)


상기된 얼굴로 준페이는 목적도 없이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던 중 주머니 속에서 삐삐가 울렸다.

짧은 진동에 숨이 먼저 한 박자 흐트러졌다.


"クソ…!"

(씨발..!)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채, 그는 짜증 섞인 움직임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삐삐를 꺼내어 확인하는 순간, 차가 불안정하게 휘청거렸다.


119 03-×××××××× 동기인 산스케다.


또 무슨 일이 더 남아 있냐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액정에 뜬 숫자를 보는 그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119는 긴급을 뜻하는 암호였다.

"くそ……また何だよ。"

(아! 씨발…… 또 무슨 일이야.)

혼잣말처럼 내뱉으며 시선은 도로를 훑었다.

해안도로 저편 방파제 너머로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한적한 구간에서 공중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준페이는 그대로 핸들을 틀어 공중전화 앞에 차를 세웠다.


"……余計なことしたら、刺すからな。"

(……쓸데없는 짓 하면, 그냥 찔러버린다.)

불안정한 눈빛으로 조수석의 정숙을 향해 짜증 섞인 말을 던지고는 차에서 내렸다.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어차피 임산부에 도망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런데도 시선은 끝내 차 안에 남아 있는 정숙에게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여태 제대로 된 말 한마디 없었고, 이렇다 할 반항도 없었다는 점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다이얼 소리에 그 생각도 흐트러졌다.

짧은 신호음 뒤, 전화가 연결됐다.


"씨발..무슨일인데 또"

수화기 너머에서 산스케의 다급한 숨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준페이냐? 야야 지금 난리 났다.)


준페이는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대부 사무실 쪽말이야. 이케다형님도 연락이 안 되고, 미즈하라 형님 라인이 갑자기 몰려 들어와서 장부를 전부 뒤지고... 완전히 뒤집혔어. 파칭코 쪽도 장난 아니라더라.)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준페이의 손이 잠시 멈췄다.


"씨발."

짜증이 몰려와서 욕설이 추임새처럼 튀어나왔다.


(너 다니구치 형님 쪽은? 뭐 들은 거 없어?)


준페이는 대답 대신 불을 붙였다.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머릿속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계단을 굴러 떨어지던 다니구치의 모습이 다시 한번 스쳤다.

쿠로사와 쪽에서 칼을 맞았다는 사실은 일부러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마…… 살아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만이 남아 있었다.


아. 씨바 나도 몰라”


수화기 너머에서 산스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도는 얘기로는, 다니구치 형님은 본가에서도 팽 당한 거 같은데.. 아마 지부 두목 자리는 미즈하라 형님이 확실해진 거 같더라.)

준페이는 담배를 입에서 빼 바닥에 떨어뜨린 뒤, 신발로 짓이겼다.

전화기 옆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생각보다 더 굳어 있었다.

"씨발…… 그래서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


치밀어 오른 짜증을 그대로 내뱉듯, 준페이는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는 간사이 쪽에선 미나미를 줄곧 라이벌로 여겨왔다. 그런데 그 미나미는 이미 미즈하라 라인에서 정식 조직원이 되어 있었고, 자신은 여전히 다니구치의 운전이나 맡고 있는 신세였다.

그나마의 위안이었다면, 다니구치가 머지않아 지부의 두목 자리에 오를 거라는 기대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나미보다 윗 다리를 탄 셈이고, 결국 녀석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게 될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엉뚱한 데에 충성을 박아 넣으며 흘려보낸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준페이는 짜증을 억누르지 못한 채 수화기를 거칠게 마구 내려쳤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얼얼함과 유리 진동음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난감한 얼굴로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채, 뭔가 더 생각해 보려는 표정이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정리되지 않은 소음뿐이었다.


"……やっべぇ。クソ。"

“좆됐네…… 씨발.”


무의식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는 다시 차 쪽을 바라봤다.

정숙은 여전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움직이지도, 창밖을 보지도 않고 그냥 거기 있었다.


'도대체 저 여잔 뭐야.. 씨발...'


준페이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덮었다가 마구 비비듯 문질렀다.

손을 내리자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그리고 발걸음에 힘을 싣고 차 쪽으로 향했다.

안절부절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차 주변을 빙글 돌았다.

가만히 서 있질 못했다.

그러다 무언가 결정한 듯 트렁크로 쪽으로 향해 열고는 성급한 손놀림으로 뒤졌다.

안에는 다니구치의 골프채와 골프화 같은 잡동사니뿐이었다.

다른 건 없었다.

혀로 잇몸을 한 번 쓸었다.

짜증 섞인 숨을 내쉬고 트렁크를 닫았다.

"……クソ。 "

(씨발…)


이번엔 조수석 쪽으로 돌아왔다.

문을 확 열자 정숙이 반사적으로 가방을 움켜쥐었다.

불안한 눈빛이 그대로 올라왔지만 이제 준페이에게 정숙은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였다.

그는 앞의 보관함을 열었다.


차량 서류 뭉치.

보험증, 정비 기록.


대충 뒤적였지만 쓸만한 건 없었다.

준페이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あぁ、クソ……"

(아… 씨발.)


짜증 섞인 발걸음으로 뒷좌석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선물용 음료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엊그제 다니구치가 저 여자 집에 들고 들어갔다가 다시 들고 나온 바로 그 상자였다.

준페이는 거의 뛰어들 듯이 상자를 열었다.


캔 음료 몇 개.

그리고 그 아래—

만 엔짜리 다섯 다발.

오백만 엔.


"…あぁ……クソ、これだ……"

(……아…… 씨발, 이거지……)


잠깐 말이 막혔다가,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빌어먹을 오사카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이 끝나자 더 이상 미적거릴 이유는 없었다. 그는 곧장 조수석으로 돌아가 정숙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냈다.

정숙은 중심을 잃고 한 발 비틀거렸다.


“降りろ。”

(내려요.)


말도 행동에도 어떤 악의도 없었지만 모든 게 급했다.


“俺、あんたが誰かも知らねぇし、誰かに言われて連れてきただけなんだ。”

(난 댁이 누군지도 모르고, 누가 시켜서 데려왔을 뿐이거든.)


“……で、その人、たぶん死んだ。”

(……근데 그 사람, 아마 죽은 것 같거든.)


“だから、もう帰れ。”

(그러니까, 그냥 집에 가요.)


정숙은 가방을 끌어안은 채 준페이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뜻도 모른 채 붙들어 매다는 것처럼 느껴져, 준페이는 신경질적으로 숨을 내뱉었다.

“クソ……口きけねぇのか?”

(씨발, 벙어리세요?)


그는 더 보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뒷좌석으로 갔다.

음료 상자 안의 돈뭉치 위에 손을 쑤셔 넣었다.

만 엔짜리 서너 장을 넘겨 집었다가, 망설이듯 잠시 멈췄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중얼거렸다.


“ちっ、くそ……”

(에이, 씨발…)


대충 스무 장 가까이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정숙에게로 돌아와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ここまで連れてきて悪かったけどさ、俺、何もしてねぇだろ。”

(여기까지 데려온 건 미안한데, 나 아무것도 안 했잖아.)


변명하듯 말이 이어졌다.


“車に乗せただけで、本当に何もしてないだろ。だから、これでいいだろ?家に帰れ。”

(차에 태운 것 말고는 진짜로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러니까 이걸로 됐죠? 집에 가요.)


정숙은 손에 쥐어진 돈을 내려다봤다.

준페이는 더 지체하기 싫은 듯 고개를 돌렸다.


“あー……クソ……もう知らねぇ。”

(아, 씨발…… 몰라.)


준페이는 열려 있는 조수석 문을 거칠게 닫고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는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그가 떠나자 정숙은 일본의 어느 해안도로 귀퉁이 공중전화박스 앞에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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