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LUMIÈRE MODELS (ルミエール・モデルズ)》
— 루미에르 모델즈.
다니구치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쿵쿵.
잠시 뒤, 문이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만 열렸다.
알록달록하게 탈색한 머리, 뺨이 쑥 들어간 삐쩍 마른 남자—쇼지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얼굴이었다.
“……”
“문 열어.”
다니구치의 말에 쇼지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다는 듯 시선을 한 번 흘기고는 걸쇠를 풀었다.
철컥.
문이 열리자 다니구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스치듯 지나가며 낮게 말했다.
“인사 안 해, 새끼야.”
쇼지는 대꾸 대신 고개만 까딱했다.
터덜터덜 걸어가 아까 손보던 침대 앞 조명을 다시 만지작거렸다.
안쪽은 생각보다 넓었다.
바닥에는 촬영용 매트리스가 몇 개 깔려 있었고, 조명 스탠드와 삼각대, 벽 쪽에는 배경용 커튼이 반쯤 걷힌 채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낡은 소파와 책상 하나.
촬영장이자 사무실을 겸한 공간이었다.
입구에 서면 바로 세팅 공간이 보였고, 맞은편 벽을 따라 문이 세 개 나란히 나 있었다.
개인 사무실, 욕실, 그리고 맨 끝의 화장실.
다니구치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큰 소리로 불렀다.
“이봐, 아리카와!”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지퍼를 올리며 나온 남자—
안경을 쓴 단정한 인상, 스물일곱여덟쯤 되어 보이는 마사무였다.
셔츠 소매를 단정히 걷어 올린 모습이었다.
마사무는 상대 조직의 다니구치가 제 집처럼 소파에 앉아 조장을 부르는 꼴이 못마땅한 듯 인상을 아주 미세하게 찌푸렸다.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다니구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물었다.
“언제 나와.”
“글쎄요.”
마사무는 건성으로 답하며 쇼지 쪽으로 다가갔다.
둘은 말없이 조명 각도를 맞췄다.
다니구치는 이곳에서 괜히 버릇을 잡을 입장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마사무의 태도는 신경을 긁었다.
사무실 안을 천천히 훑어봤다.
포르노 촬영용 장비와 침대 세팅, 어지러운 조명들.
“하아…… 근본 없는 양아치 새끼들.”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분명 들으라는 투였다.
마사무는 한 번 꾹 참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조명 프레임을 드라이버로 조이다가—
툭.
쇼지의 정수리에 꿀밤 하나를 먹였다.
“똑바로 잡아.”
쇼지는 익숙하다는 듯 짧게 투덜거리며 웃었다.
마사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조명에 손을 얹었다.
다니구치가 거기 없는 사람인 것처럼, 둘은 묵묵히 자기들 일만 했다.
다니구치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마사무는 조명을 고치다 말고 쇼지의 뒤통수를 한 번 더 툭 치고 벨이 울리는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반쯤 닫고 수화기를 들었다.
“루미에르입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네… 네.”
문틈 사이로 소파 쪽을 힐끗 본다.
다니구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 그런데 고도리 쪽 다니구치씨가 와 있습니다.”
잠깐의 뜸.
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가는지, 마사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얼마 전에… 저쪽 준페이가 삼 킬로 가져갔습니다.”
다시 한번 문틈으로 다니구치의 행색을 훑는다.
“네. 물건을 가지러 온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의 짧은 침묵.
“……네.”
마사무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말했다.
“바꿔드리겠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다니구치가 기다렸다는 듯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섰다.
“전화받아 보시죠.”
내실 사무실에 들어와 수화기를 건네받은 다니구치는 책상에 걸터앉으며 마사무를 한 번 노려봤다.
둘은 잠시 불편한 시선으로 마주쳤고, 마사무는 아무 말 없이 사무실 문을 닫고 나왔다.
잠시 후—
사무실 안쪽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책상을 쿵— 하고 내려치는 둔탁한 소리.
조명을 손보던 쇼지가 손을 멈췄다.
마사무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나 자연스럽게 안쪽 사무실을 바라봤다.
공기가 미묘하게 굳어가던 순간—
문이 거의 박차 지듯 열렸다.
다니구치가 씩씩거리며 튀어나왔다.
나오다 말고, 미묘하게 웃는 듯한 표정의 쇼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이었다.
다니구치는 방향도 틀지 않은 채 터벅터벅 다가가더니 아무 말 없이 쇼지의 귓싸대기를 후려갈겼다.
퍽—!
쇼지는 한방에 바닥에 나뒹굴었다.
조명 스탠드가 흔들리며 철컥 소리를 냈다.
“어디 싸가지 없게 쳐다봐.”
다니구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려다봤다.
“그만하시죠.”
마사무의 말이 침착하게 끼어들었다.
다니구치는 마사무를 노려봤다.
잠시, 서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다니구치는 혀를 차듯 숨을 내쉬고 소파 쪽으로 가 털썩 앉았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자 라이터 불꽃이 잠깐 흔들렸다.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마사무는 뺨을 맞아 눈이 반쯤 돌아버린 쇼지와 눈이 마주치자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리카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인간, 아직 있어?”
“네. 그런데 도가 좀 지나친 거 같아서..”
“개새끼가.. 문제 일으켰어? 이제 볼일 없으니 쫓아내 버려.”
우당탕.
“형님 잠시만요”
마사무가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자 쇼지가 사시미를 쥔 채 다니구치에게 달려들었다.
연속된 공격.
어깨를 찔린 다니구치는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마사무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죽여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