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2005? 2003?)

이별한 당신의 심장을 후벼 팔 추천 영화

by 삼류작자


'오늘은 회사를 무단결근하고 몬톡행 열차를 탔다.

이유는 모른다. 난 그리 기분파도 아닌데.. '


피아노 간주와 함께 짐 캐리의 쓸쓸한 독백이 흐를 때, 나는 이미 영화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버렸다.
아마도 그 쓸쓸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몬톡'이라는 지명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게 느껴졌고, 뇌리 깊숙이 각인되었다.

그 지독히도 쓸쓸하고 가을 냄새가 물씬 나는

첫 장면
그 장면들은 나에겐 어떤 영화보다 강렬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를 떠올리면

그때의 고독과 쓸쓸함의 여운은 아련히 남아 있다.


이터널 선샤인.




마냥 코미디 배우일 것 같던 짐 캐리라는 배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고, 동시에 영화가 잘 쓰인 소설책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 모든 감정은 그때의 내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무렵, 풋내기 같던 나는 청춘의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연애를 했고, 또 헤어졌었다.
긴 연애 끝의 이별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당시 감상적인 내면에는 커다란 균열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어느 무료한 주말, 내용은커녕 장르도 모른 채 그저 따분함에 영화를 틀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시작한 영화였지만, 첫 장면부터 마음을 사로잡혔고, 꼼짝없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했다.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먹먹한 감정이 몰아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문득문득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감정들이 밀려와 마음을 어지럽혔다.
괜한 감정에 휩쓸려 몇 번이나 울었던 기억도 있다.
먹먹함은 꽤 오랫동안 내 안에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는 기피하게 될 정도였다.
영화를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을 다시 겪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이별했다면 아무런 정보 없이 일요일 아침 10시 20분쯤 방구석에서 휴대폰은 꺼두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나른하게 틀어놓고 한번 감상해 보라.

약. 2시간 후

가슴 깊숙한 곳이 후벼 파질 듯 저려올 테고

대략 3년간 ost로 사용된 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라는 곡을 들을 때마다 슬픔과 상실. 안타까운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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