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브로큰.
간만에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어, 이 영화 나왔네?" 하며 단박에 감상 완료했다.
영화는 스웨덴 작가 시몬 스톨렌하그의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원작이 소설이라기보다 일러스트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라는 것. 영화는 그 일러스트들을 충실히 스크린 속에 녹여냈다.
아날로그틱하고 복고스러운, 기름 냄새가 날 것 같은 전자 로봇들.
부조화적인 것을 조화롭게 그려내면서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의 로봇들을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렇다면 영화의 내용은?
솔직히 말해, 요즘처럼 눈높이가 한껏 올라가고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접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보내는 내내 나는 나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마...이 영화를 열몇 살 쯤의 나에게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 시절 나는, 모든 것에 호기심 넘쳐 세상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때이지 않나?
아저씨 느낌의 진지하고 딱딱한 무적의 로보캅도 존재했지만, 저런 귀요미 로보트라면 오죽했을까?
그래, 만약 이 영화를 그때 봤다면?
온종일 영화 속 로봇들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추가 정보를 얻을 길도 없었을 테고, 오직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세계를 확장해 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재밌었냐고?
가볍게 웃었고, 시각적으로 충분히 흥미로웠다.
만약 극장에서 봤다면, 저번에 감상한 '브로큰'과 비교하면 "이 정도면 돈 값은 제대로 한 영화군." 하며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왔을 것 같다.
'브로큰'씨한테는 이런 말 해도 전혀 안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