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리클라인의자는 편안했다. 촌놈처럼 연신 조작버튼을 만지작거리다 이게 굳이 전동 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나도 참 시대를 못 따라가는 구닥다리 영감탱이가 되려나 보다.
영화는 시작되었고 내가 알던 캡틴은 없었다. 놀랍게도 아이언맨 시다바리를하던 흑형이 캡틴아메리카로 바뀌어있었다.
언젠가 읽은 글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영화는 일종의 최면이다.
잘 설계된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에 감정이 이입되어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슬퍼하거나 통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캡틴아메리카씨는 나에게 그 어떤 최면도 걸지 못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모든 대사는 속내가 뻔히 보이는 글씨들의 조합으로만 느껴졌고 때론 진지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애쓰는 걸로 밖에 안보였다.
그뿐이랴. 진지한 대사가 오가던 중에 사이사이 쑤셔 넣은 미국식 조크는 재미보단 그저 누군가의 작법을 흉내 낸 것 같은 대사의 조합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늘 각 잡고 맑은 정신을 강제하던 의자와 달리 낯선 리클라인기능의 의자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그리고, 어두침침한 공간이 나에게 끊임없이 숙면만을 유도해 왔다.
인디아나존스 속 모험가는 노인이 되어있었고, 나 또한 히어로 영화를 보며 즐거움을 느낄 시절이 지나버려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캡틴아메리카씨가 흑형인 줄 몰랐던 분들께는 미안하다. 깜짝 놀랐을 부분이었을 텐데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성 리뷰를 쓰게 되어버린 건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마블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