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월

가끔 그럴 때 있잖아. 잡생각 많은 날.

by 삼류작자



해가 바뀌었다. 숨 몇 번 들이쉬고 내쉬고, 밥 몇 번 먹고, 잠 몇 번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어느새 2월 중순이 코앞이었다.

방안 한쪽 벽면에 채 한 번도 넘겨보지 않은 1월의 달력이 눈에 띄었다. 해가 바뀌고 단 한 장도 뜯지 않은 온전한 모습이다.

순간, 세월이 내 의식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달력을 집어 들고 가볍게 손끝을 걸고 일월을 잡아당겼다.


‘스윽 북—’


시원하게 종이 뜯어지는 소리를 내며 다시 오지 않을 2025년 1월을 뜯어냈다. 별다른 일도 없었고,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 한 달이라 탐탁지는 않다.

찢어놓은 달력의 백지의 뒷면을 본 순간, 이걸로 뭐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달력을 찢으면 그 새하얀 뒷면은 특별한 낙서장이 되곤 했다. 달력이 크면 한쪽 귀퉁이에 붙어서 배를 방바닥에 한껏 붙이고 낙서를 시작하면 그 반대 귀퉁이에선 형이 낙서를 했다. 모든 달력들이 그렇게 낙서장으로 쓰일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건 아니다. 그 조차도 나름 우선시되는 쓰임이 있었다.


신학기가 다가오면 깨끗하고 빳빳한 달력종이를 골라 모아 책꺼풀을 쌌다. 때론 제사음식을 싸거나 덮어두는 용도도 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막 찢어 쓰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용도가 없을 때야 비로소 낙서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엄마 달력 뒤에 낙서해도되?'


그런 저런 생각들이 새삼스레 이 하얀 종이를 그냥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사소한 것이 사소할 수 있는 물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이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그래, 그게 뭐든 웬만하면 다 만족하며 살자.


오늘 저녁엔 핸드폰도, 컴퓨터도 잠시 꺼두고, 이 하얀 1월의 뒷장을 펼쳐 놓고 낙서를 좀 해볼까 싶다.
손끝에 닿는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잠시나마 시간을 붙잡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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