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모렐 I

삼류작자 단편선 IIII

by 삼류작자

1장. 생명


1834년 12월, 파리 외곽 벨뷜.

벨뷜의 뒤안길은 언제나 희뿌옇게 흐려 있었다. 안개인지, 매연인지, 혹은 탄가루가 습기에 뒤엉켜 떠도는 것인지 누구도 분명히 말하지 못했다. 다만 그 탁하고 눅진한 공기만으로도, 이 거리의 삶과 냄새, 그리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의 성질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독 그날 저녁의 공기는 평소보다 더 걸쭉했다. 열 걸음 앞의 사람조차 윤곽만 남긴 채 연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축축하고 불길한 밤, 장 모렐이 태어났다.

파리 19구 벨뷜에서도 가장 후미진 길모퉁이.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매음굴처럼 굳어버린 작은 집들 중 하나였다.

좁은 골목 아래 낡은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작은 주방이 나왔다. 공간의 절반을 차지한 삐걱거리는 식탁 위에는 전날 삶아둔 양배추 수프가 검게 굳어 있었다. 부엌 옆에는 벽도 문도 없이 해진 천 조각 하나가 방과 부엌을 나누고 있었다.

그 천 너머, 짚단으로 엮은 침대 위에서 마리안이 짧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짚단 끝이 살을 찔렀지만 느낄 틈은 없었다. 산통은 이미 그녀의 몸을 집어삼켰고, 아랫배에서 허리뼈까지 속을 뒤틀어 찢는 듯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비명을 삼켰다. 오직 거친 호흡만이 커튼처럼 늘어진 천을 들썩이게 했다.

그때, 걸쇠도 없는 낡은 나무문이 덜컥 열렸다. 촌스럽게 짙은 화장, 화려하지만 해진 드레스를 걸친 마담 제르멘이 바깥의 연기 냄새를 함께 밀어 넣으며 들어왔다.


마담 제르멘.

벨뷜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한때는 파리의 귀족들까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젊은 시절, 남자들이 그녀를 차지하려다 살인사건까지 났다는 이야기조차 이 거리에서는 오래된 가구처럼 굳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깊게 팬 주름, 감자푸대처럼 제멋대로 불어난 몸뚱이. 그녀의 아름다움은 먼 옛날에 묻혀 있었다.

그럼에도 제르멘은 이 골목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 거리의 ‘관리자’이자 ‘산파’가 되었다.

아비 없는 아이들, 그리고 그만큼 죽어가는 여자들과 아이들. 제르멘은 그 모두를 받아냈다.

때로는 어미가 죽었고, 때로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다. 어미가 죽고 아이만 살아남는 날이면, 그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자비는 아이를 죽은 어미의 품에 조용히 눕혀두고 떠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제르멘은 수많은 죽음을 보았고, 그와 같은 수의 생명을 손에 받아냈다.

오늘 밤 역시 또 하나의 생명이, 이 거리의 공기만큼이나 무겁고 탁한 밤 속에서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호흡을 맞춰, 마리안… 그래, 그렇지.”

제르멘의 목소리는 오래된 담배 연기처럼 걸쭉했다. 출산은 이상 기적도, 감동도 아니다. 차라리 돼지가 태어나는 게 더 감동적인 일이었다.

제르멘은 수많은 아이를 받았지만 모렐 같은 아이는 처음이었다.

울음이 없어 처음엔 죽은 아이를 받아 낸 걸로 생각했다. 익숙하게 탯줄을 자르고 거꾸로 들어 아이의 숨이라도 터주려 바라보는데 갓난아이가 힘겹게 눈을 떴다.

제르멘은 그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순간, 갓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등골 서늘한 기시감을 느꼈다.




2장. 행복


모렐은 먹여주면 먹었고, 여느 아기처럼 곧잘 잠들었다. 그러나 울지도, 칭얼대지도 않았다.

고작 열아홉이던 마리안은 젖을 문 채 잠든 아이를 내려다볼 때마다, 잠결에 꼼지락거리는 작은 손을 바라볼 때마다, 이 시궁창 같은 삶 속에서도 자신이 세상에 없는 행복을 손에 쥔 듯한 기분에 빠지곤 했다.

어미의 감정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마리안은 손님을 받기 위해 이따금 아이를 아들렌이 나 앙젤리크에게 맡기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울지도 웃지도 않고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조용한 것은 성격 탓이라 여겼고, 울지 않는 것은 얌전해서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이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부터, 마리안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는 걷기 시작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고, 그 흔한 옹알이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얼굴이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실려 있지 않았다.

마리안은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얼굴이 살아 있는 아이의 얼굴이 아니라 마치 죽은 자의 얼굴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그쳐 보았고, 때려도 보았으며, 울며 매달려도 보았다. 그러나 먹일 때도, 씻길 때도, 아이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마리안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아이를 바라보며, 간신히 붙들고 있던 ‘양육이라는 행복’이 서서히 마모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흘러 모렐이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집 안은 온통 잿빛의 정적에 잠겨 있었다.

또래 남자아이가 있는 집에서 당연히 흘러나와야 할 웃음소리도, 어쩌면 화난 어미의 고함도, 모자가 나누는 사소한 대화조차 이 집에는 없었다.

집은 작은 공간조차 채우지 못한 채, 마치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럼에도 장 모렐은, 말이 없고 표정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어쩌면 순한 아이일지도 몰랐다.

먹으라 하면 먹었고, 잠들라 하면 잠들기 위해 애썼으며, 손님을 받을 때 밖에 있으라 하면 문 앞에 얌전히 서 있었다.




3장. 첫 미소


이곳에서도 삶은 계속되었고, 어쨌거나 시간은 꾸준히 흘러갔다.

모렐이 일곱 살이 되던 해, 그 일이 있었다.

마리안은 문 앞에 기대 선 채 아들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들렌이 담배를 털며 말했다.

“그 남자가 그러더라니까. 자긴 아무것도 안 했으니 돈은 못 주겠다고. 아니,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속옷이 젖어 있는데?”

아들렌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냥 잠깐 누웠을 뿐이라잖아. 내 엉덩이를 보고 혼자 사정한 거지.”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엉덩이를 뽐내듯 팡팡 쳐댔다.

마리안은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

허리를 접듯 숙이며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세상에.”

마리안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서 돈은 받았어?”

“당연히 받았지. 엉덩이 보고 쏟아냈으면 돈 내야지.”

아들렌은 신이 나 남자의 표정을 흉내 내며 떠들었다.

“ ‘내일 밤에 다시 오겠소’ 이러며 반만 주고 갔는데, 다시 와서 어쩌나 봐야지.”

마리안은 그 말을 곱씹다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웃음이 가라앉자,

아들렌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 밤 되면 또 시끄러울 테니까.”

“그래. 들어가.”

마리안은 아직 웃음이 남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들렌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고,

마리안은 입가의 옅은 미소를 띠운 채 집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는 순간, 모렐과 눈이 마주쳤다.

모렐은 마리안과 똑같이,

아주 옅은 미소를 띠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안은 순간 깜짝 놀랐다.

아이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표정을 본 것이다.

… 아이의 미소를.

그 놀라움에 마리안이 머금고 있던 미소는 사라졌고, 표정은 급격히 바뀌었다.

아이의 얼굴에서도 같은 속도로 표정이 사라졌다.

마리안은 아이에게 바짝 다가가 쪼그려 앉아 마주 보며 말했다.

“모렐. 방금… 웃은 거야?”

아이의 표정은 얼떨떨한 마리안의 표정과 똑같았다.

“모렐.”

“엄마 보고 웃은 거지?”

마리안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아이의 얼굴도,

한 박자 늦게.. 아니, 정확히 같은 움직임으로 따라왔다.

마리안이 표정을 풀자, 아이의 얼굴도 풀렸다.

무언가 깨달은 듯, 마리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웃어봐.”

이번엔 재촉하듯 말했다.

“방금처럼. 어서.”

모렐의 얼굴은 마리안의 얼굴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마리안은 아이의 양 어깨를 움켜쥐고 천천히 자신의 표정을 바꾸어 보았다.

찡그려 보고, 화난 표정을 지어 보고, 미간도 찌푸려 보았다.

그러자 아이의 표정은 거울을 보듯 그대로 베껴 내고 있었다.

어깨를 잡고 있던 마리안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생각보다 세게 잡았다는 걸 느꼈을 무렵,

히스테리처럼 말이 튀어나왔다.

“그만해!!”

이내 숨이 가빠지며, 변덕스럽게 애원하듯 말했다.

“그런 식으로 하지 말고… 그냥 웃어봐.”

다시 한번 마리안이 얼굴을 찌푸리자

아이의 얼굴도 즉시 일그러졌다.

그 순간, 마리안의 등골을 타고 소름이 내려앉았다.

“하지 마.”

거의 속삭이듯 말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그녀를 따라 했다.

마리안은 아이를 밀치듯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만하라고 했잖아!”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왜!”

마리안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저리 가.”

“저쪽으로 가.”

아이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벽으로 가.”

“식탁 옆 말고, 더 저쪽.”

모렐은 아무 말 없이, 아무 표정 없이 어미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갔다.

“돌아보지 마.”

마리안은 거의 신경질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보지 말라고 했잖아! 벽! 벽을 보고 있어!”

모렐은 그 말에 즉시 멈춰 서 벽을 향해 섰다.

벽을 보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다시 아무것도 없었다.

웃음도, 두려움도, 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리안은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주저앉듯 문 옆에 기대섰다.




그날 이후,

마리안은 모렐에게 가끔씩 혼잣말처럼 떠들던 말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마리안은 여전히 아이를 먹였고, 씻겼고, 재웠다.

손놀림은 정확했고 동작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마치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듯, 어미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빠짐없이 해낼 뿐이었다.

의식적으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어느 이른 저녁,

이곳에 오는 손님 중 마리안이 잘생기고 매너가 좋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찾아왔다.

마리안은 손님을 받을 때면 언제나처럼 모렐을 문 밖에 세워 두었다.

“어디 놀다 오던지.. 여기 있던지.”

말속에도 마리안의 눈빛에도 차가움만이 남아 있었지만, 고작 일곱살의 모렐은 처리하듯 던진 어미의 말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낡은 나무문이 쾅— 하고 닫혔다가, 그 힘에 되려 끝까지 닫히지 못한 채 조금 벌어졌다.

곧이어 집 안에서는 오랜만에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번졌다.

남자가 가져온 포도주의 냄새가 좁은 집 안에 퍼졌다.

마리안은 난생처음으로 술을 마셨고, 그 기운에 몸은 점점 느슨해졌다.

당장 눈앞의 이 남자와 관계를 갖고 싶었다. 단지 돈을 받고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남자를 원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잠시 후, 집 안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내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남녀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에 작은 바람이 불어 들자 낡은 나무문이 조금씩 밀려났다.

삐걱—

나무 문이 아주 조금, 정말 한 뼘만큼 벌어졌다.

마리안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문틈 너머 어둠 속, 문 밖에 서 있는 아이의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마리안은 숨이 멎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아이의 얼굴에 떠 있는 표정...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의 마리안의 얼굴이었다.

흐트러진 숨,

풀린 눈꺼풀,

쾌락에 젖은 표정.

아이의 얼굴 위에

조금의 왜곡도 없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

마리안은 눈을 떼지 못했다.

몸은 여전히 올라탄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고, 시선은 문틈에 고정된 채였다.

도망치듯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굳어버린 것처럼 그럴 수 없었다.

모렐은 여전히 어미의 얼굴을 정확히 따라 하고 있었다.

마리안의 표정 속 쾌락은 완전히 지워졌고, 영혼마저 빠져나간 듯 무너져 내렸다.





4장. 마리안


힘없이 식칼을 쥔 채, 마리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낡은 리넨 옷은 땀과 눈물에 젖어 몸에 들러붙어 있었고, 지친 얼굴에는 슬픔과 우울함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손님이 가고 난 후, 마리안은 오래도록 침대에 앉은 채 대치하듯 일곱 살 모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너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모렐 역시 어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안의 슬프고 우울한 얼굴을 따라 하듯, 아이의 표정 또한 어미와 다르지 않았다.

그 표정은 모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옮겨 붙은 것이었다.

모렐은 어미가 걱정스러운 듯 다시 한번 한 걸음 다가서려 했다.

그러자 마리안은 칼을 쥔 손을 들어 올려 단호하게 제지했다.

“오지 마.”

낮은 목소리였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마리안은 아이와 눈을 마주한 채, 다가오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하듯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그녀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동안 모렐을 바라보다가,

이내 혼란스러운 듯 얼굴을 감싸 쥐고 짧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시선은 끝내 아이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표정을 거울처럼 되비추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무엇 때문인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모렐의 표정은 눈물만 흐르지 않을 뿐, 마치 어미의 감정이 그대로 전이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마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침묵이 잠시 흐른 뒤, 그녀는 식칼을 단숨에 자신의 다른 팔 전완부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목을 향해 길게 내려 찢었다.

순식간에 하얀 피부가 벌어지고, 그 살점 사이로 붉은 피가 이내 쏟아져 나왔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모렐의 표정은 단호했고, 눈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흔들림조차, 그 단호한 표정조차 마리안의 얼굴에서 먼저 나타난 것이었다.

아이의 얼굴은 다시 한번,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미의 얼굴과 동기화된 표정과는 달리, 모렐의 몸짓은 다른 말을 하는 듯했다.

어깨가 떨렸고, 두 손은 불안한 듯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을 더듬거렸다.

제 어미에게 다가서려는 듯 애처롭게 한 발을 내딛자, 마리안은 떨리는 숨 사이로 말했다.

“거기 있어. 오지 마.”

그녀의 시선은 끝까지 아이를 붙들고 있었다.

피는 침대 시트 위로 빠르게 번져갔다.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몸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침대 옆으로 쓰러진 마리안은 마지막까지 모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면, 죽어가는 숨을 쥐어짜 내뱉듯 말했다.

“오지 마… 거기 서 있어.”

어미는 아이를 바라본 채 죽어가고 있었고, 아이는 그 죽어가는 어미의 얼굴을 그대로 지닌 채, 그 장면을 마주 보고 있었다.

창백해지는 얼굴,

점점 풀려가는 눈동자,

힘을 잃어가는 입술의 모양까지..

그 모든 것이 아이의 얼굴 위에서

하나도 어긋나지 않고 재현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누군가 바라보고 있었다면,

분명 기괴함과 오싹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마리안은 마지막 숨을 들이켜고 내뱉는 그 순간까지도, 모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얼마 뒤,

모렐은 죽어버린 어미의 얼굴을 한 채 어미의 요구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죽은 마리안의 얼굴 근육은 중력이 원하는 대로 미세하게 늘어져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모렐의 얼굴 근육 하나하나까지 마치 죽은 자와 다름없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언뜻 보면, 마치 죽은 아이가 서서 죽은 어미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섬뜩한 광경이었다.

단 하나, 아이의 눈동자에 태어나 처음으로 서서히 맺히는 눈물만이 그가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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