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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Mar 06. 2024

칭찬이 결핍욕구를 안아줄 때


출산 후 불어난 몸을 돌리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데 매번 쉽지 않다. 하루의 지치고 고된 육아레이스를 끝내고 나면 나에게 보상으로 떨어지는 건 육퇴 후 맛있는 저녁뿐이었다.


물론 조이의 미소, 애교, 옹알이가 때마다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월급정산처럼 떨어지는 단기적 보상보단 장기적 보상에 가깝다. 아이가 잘 크는 모습, 탈 없이 잘 먹는 모습, 어쩌다 친지 가족들을 볼 때 애교부리는 모습 또 장기적 보상에 가깝다.


육아는 그 날 그 날, 내 앞에 떨어지는 단기적 보상이 없지만 고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 많은 비효율적 레이스. 그나마 하루를 달래주는 건 육퇴 후 남편과 먹는 맛있는 저녁과 한잔이었다.


그런데 그 보상이 날 살찌웠고, 결국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 나는 나의 유일한 보상 앞에서 매번 갈팡질팡이었다.


먹을 때 매번 후회,

먹고나서도 후회,

먹지 않아도 후회.


이 답없는 레이스를 달리던 어느 날, 다른 날과 달리 저녁 늦게 요가를 갔다. 저녁 요가반은 조명을 한참리나 어둡게 하고, 추운 탓에 난방이 잘 되어있었다.


점점 땀이 나니 옆에 한 두사람이 브라탑 위에 입은 얇은 운동복을 벗었다. 나도 잠깐 고민하다 너무 덥기도 하고, 어두운 저녁 조명에 격려를 받아 브라탑 행을 감행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자유로웠다. 먹을 때마다 후회를 일삼는 몸이 매트 위에서만큼은 기특하고 더 이뻐지고 싶은 욕구에 꿈틀댔다.


식탁에서는 꾸중만 듣고 기죽었던 몸인데, 벗어재낀 매트 위에서는 격려받고 있었다.




조이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식이 세끼가 되면서, 자기가 먹을려는 발버둥에 힘겨루기와 이유식 범벅이 된 의자와 바닥청소는 세 배로 늘어놨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같이 인상쓰고 한숨쉬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 수록 더 안먹으려 한다. 울분이 목 끝까지 차던 어느 날, 눈물이 주륵흐르는데 그게 미안해서 미친 사람처럼 “아이고 잘먹네- 우리 조이” 하며 토닥였다. 그러니 전보다 훨씬 잘 먹었다. 그 때부터 안먹을수록 잘 먹은 한 입에 오히려 칭찬했다.



내 몸도 아이도

자란다 칭찬을 먹고.


그 이후 조이는 격려받을 때 더 잘 먹었고,

그 이후 나는 스스로 이뻐지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를 해내고 있다.


결핍을 채워줄수 있는 건 꽉 조이는 듯한 지시가 아니라 칭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결핍을 채워주진 못해도, 나아가도록 안아준다.

칭찬은 결핍을 안아준다-




지난 글 “나의 작은 선생님” 이 연재글에 안올라갔습니다. 글을 올릴 때 연재에 넣지 않은 제 실수였습니다. 육아가 이렇게 ㅊ무섭습..


정신없는 수요일, 한주 잘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칭찬으로 안아주는 저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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