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세시 Feb 14. 2024

닮아서, 닮았어!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하는 루틴 중 하나는 물을 포트에 끓이는 것이다. 분유를 탈 때도 필요하고, 이유식을 먹을때 같이 마실 물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또 끓였던 시간에 따라 물이 뜨겁기도 하고 충분히 식어 시원하기도 하다. 뜨거우면 미리

담아놓고 식히고, 너무 차가우면 살짝 데운다.


보통 밥을 먹을 때 마실 물은 뜨듯한 온도보단 미지근 혹은 시원한게 좋을 텐데, 조이는 뜨듯하게 데워진 물을 더 잘 마신다. 좀 전에 끓인 바람에 뜨거워 한 김 식힌 따닷한 물을 꿀꺽꿀꺽 맛있게도 마신다.


너 엄마 닮아 따뜻한 물 좋아하는 구나?


나는 몸이 차서 따뜻한 물을 좋아하고, 남편은 몸에 열이 많아 시원한 물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조이가 따뜻한 물을 더 잘 마시니 ‘요건 나 닮았구나’ 콕 찝어본다.


사실 그 날 그냥 목말라 물이 잘 먹혔을수 있고, 시원한 물도 곧잘 마시는데 자연스레 의미부여하고 닮은 점을 찾으려 든다.


남편은 조이를 보면서 자신의 어릴적이 생각나고, 마치 내 미니미- 분신같은 느낌이 피부 밑에서 꾸물거린단다. 난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나와는 다른 존재임을 확시하려 했고, 그게 조이를 위하고 나아가 나를 위한 길이란 걸 새기고 또 새겼다.


하지만 조물딱 거리고 싶은 말랑말랑한 살, 이건 피부결이 좋은 날 닮았네. 작고 귀여운 몸짓, 귀여운건 나닮았네. 겁도 없고 탐구하려는 집념, 겁없는 건 나 닮았네. 속눈썹 긴 건 나 닮았고.


하루에도 몇댓번씩 아기가 뿌려놓은 콩고물 주으며 쫓아간다.


보물찾기 하듯 닮은 점을 찾고나면, 나라는 존재에 되새김하게 되는데 그게 썩 나쁘지 않다. 닮은 점을 나열하다보면 좋음직 해보이는 것을 다 모아놨다. 살결도 부드럽고 하얗고 속눈썹도 길고 겁없이 대담한 것이 나라니.


임신과 출산을 통해 우주의 기쁨을 얻은 것보다는 작겠지만, 아기를 위해 인내하고 버티고 내어주면서 꽤나 좋은 나를 발견한다. 또 나에게서 나온 다른 존재를 통해 다시금 나를 들여다보면 세삼스레 좋은 점들이 있었구나 또 발견한다.


은하수를 찾으러 간 우주여행인데, 여러 반짝이는 별들을 발견한 기분이 보물찾기하는 어린아이 마냥 달갑다.

이전 05화 너의 작고 사소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