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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Feb 07. 2024

너의 작고 사소한 것들


  조이가 한번은 하루에 응가를 다섯번 한 적이 있었다. 그 날은 동네방네 소리칠 듯 남편과 “다섯번이나 응가 한 날” 노래를 불렀다. “파이브 응가”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기록적인 날이라 웃음 졌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응가를 다섯번하니, 우리는 언제그랬냐는 듯 심각해졌다.

‘우리가 뭘 놓쳤나’

‘조이가 먹어야할 양보다 많이 먹었나’

‘배탈이 났나’


의문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봤다. 설사와 복통이 없으니 배탈은 아니고, 몸무게도 평균에 해당하니 과하게 먹이는 것도 아닐텐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하루 걸러 다시 여섯번 응가를 한 날에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름안고 하루종일 생각하고 찾아보곤했다. 아기가 말을 못하고, 보호자인 우리는 최선의 양육을 해주어야 하는데 도대체 지금 무얼 어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유식은 가리지 않고 잘먹는데, 순한 기질의 아이는 아니어서 싫으면 의사표현을 곧바로 했기 때문에 조이의 욕구보다 과하게 먹이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먹는 양도 꽤나 꾸준히 또 서서히 늘렸다.


맘카페 익명 게시판에 비슷한 고민이 있는지 검색해보니 수많은 글들이 있었고, 댓글에 “많이 먹게 됐으니 많이 싸는것 아닐까요?^^” 라는 내용도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의 사뭇 단순한 말인데 왜이리 위로가 되던지. 사실 변의 색이나 질감이 잘못되거나 복통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기에 조이는 “파이브 응가”를 한 여러날에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왔다. 심각한 것은 우리였다.


생각해보면 어른인 식사와 배변이 그 날마다 다른데. 아기인 조이도 자신의 컨디션대로 식사든 잠이든 배변이든 날마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네번은 응가를 한 적이 있어도 다섯번까지는 없었기에, 그 처음 있는 기록에 웃다가 우는걸 보니 우린 부모가 됐구나.


아기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보고 행복해 녹다가, 철렁 내려앉다가. 또 떠나갈듯 웃다가도 한껏 심각해지고.

원래 이렇게 새가슴이 아닌데 아기의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신경쓰인다.


어찌보면 조이는 스스로 잘 자라고 있는데 엄마란 명패를 달아 과하게 걱정하는 것 같다. 꼭 스스로 잘 돌고 있는 행성 주변을 맴도는 행성같다.


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은하수를 찾으러 가는 여행에는 이토록 철렁한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많구나-


그럼에도 오늘도 네 주변을 맴돌고, 내 시선은 너의 조금한 입의 옹알거림과 작은 손짓과 발짓에 향한다. 조금만 더 맴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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