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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Jan 31. 2024

네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조이는 현재 아랫니가 난 상태이고, 윗니가 나려고 하는지 모든 물건을 입에 가져가 문다. 윗 잇몸이 간질 간질한가보다. 그러다보니 조이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에는 조이 침냄새가 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그 냄새가 더욱 고약했다.


사실 난 감각이 남다른 사람중 하나인데, 어릴 적 집에서는 개코로 불릴 정도였다. 지금은 없어서 못먹지만 어릴 땐 청국장 냄새를 너무 싫어했다. 그런 나를 알기에 엄마는 내가 학교에 있는 새에 청국장을 해먹고 탈취제를 뿌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했었다. 하지만 난 엘리베이터에 내려 복도에 딱 들어선 순간 알았다. 문을 열고 “엄마 청국장 먹었지??” 하고 물으면 엄마는 “으이고 우리집 개코” 티키타카가 오고갔다.


다른 감각도 유달랐지만 개코란 별명때문에 더 발달했을까, 유독 냄새를 잘 맡았다. 그런데 조이가 요새 가장 좋아하는 물고 빨며 침범벅하기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이다. 앞에 놓인 장난감은 물론 이요, 옆을 돌면 양 어깨가 조이가 물고 빨아 침이 흥건해 코를 찌른다.


처음엔 감기때문일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감기가

나으니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쪽쪽 빨아 너덜너덜 해진 내 옷과 장난감에선 꼬릿 꼬릿한 냄새가 난다. 장난감은 부지런히 닦으면 되지만 내 옷은 그때마다

갈아입을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하루에 수십번 안았다 내려놓음을 반복하는데 손수건을 깔다가 포기했다.




또 조이는 우리집 고양이라고 불리울만큼 고양이스럽다. 매트며 벽지며 소파를 손톱으로 움켜쥐며 긁는 행동을 좋아한다. 아기 손톱은 종잇장이 여러개 겹친 것처럼 연약해서 어딘가를 긁고나면 꼭 깨져있다. 그 깨진 손톱으로 얼굴을 비비면 쉽게 상처가

나곤 했다. 그래서 동그란 손톱모양을 만들어주기 위해 끝을 갈아주며 난 20때대도 안해본 손톱관리를 매일 하고있다.


그 작은손톱으로 열심히도 긁어댄다ㅜㅜ


이런 몇몇의 아기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이다. 또 긁는 소리가 들리면 한숨부터 나오고, ‘또 긁니?’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온 사방에 침을 묻혀대면(그 중에서 정말 싫은 건 내게 안겨서 내 머리카락을 쪽쪽 빠는… 으악) ‘엄마 이거 싫어 조이야’ 하게 된다.


너의 모든 걸 사랑하는 것엔 1등이었던 내가 네가 좋아하는 것에 미간을 찌푸리다니. 어딘가서 “엄마 자격 박탈해라 박탈해라”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한동안 아기가 좋아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다.


조이는 놀이하면서 신기하거나 흥미돋는 걸 입으로 가져가 빨고 핥으며 탐색하는 것 같았다. 음식도 새로운 과일이면 입에 들어갔다가 나와 어그러진 모양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입에 넣었다.


조이한테 침은 윤활제요, 입은 탐색의 도구로 쓰이고 입에 넣는 행동은 놀이었다. 하지만 때론 놀이 자체가 없어지고 구강자극에만 혈안이 되어 쑤셔넣기도 하는데 그러면 백의 백은 졸립단 신호였다. 졸릴 때 빨기반사와 구강자극을 원하는 아기의 본능적 행동이었다.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답게 꼬리표처럼 나온 것을 좋아해 빠는 행동도 있다. 예를 들면 헝겁책을 묶는 리본끈, 내 머리카락….


손톱으로 긁는 것 또한 탐색의 놀이중 하나였는데 이마저도 졸리면 강력해졌다. 잠들기 직전까지 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이불을 긁었다.


이렇게 단순히 ‘네가 좋아하는 것’ 을 탐색 활동과 졸린 신호로 구분해 보니 이해가 됐다. 하루의 긴 시간동안 아기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탐구해나가는 걸 내가 싫어한다고 막을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되는 것에는 구분을 두고 못하게

제지(?)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엄마 머리카락 빠는 것, 소파 긁는 것,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것을 입에 가져가는 것. 우리집 만의 규율이라고 하기엔 거창하나, 내가 정한 건 이러하다.


엄마도 불쾌한 감정이 드니 머리카락 대신 쪽쪽이를 물려주고, 소파는 모두의 재산이니 되도록 긁고 싶은 다른 걸 주고, 위험하거나 지저분한건 입에 넣을 수 없으니 치발기를 준다.


그렇게 조이는 모르는 협약(?)을 정하고 나니 한결 자유롭고 모두가 편해졌다. 더이상 네가 좋아하는 걸 내가 싫어한다는 죄책감에 매이지 않는다. 알고보면 네가 좋아하는 걸 나는 왜 좋아하지 못할까에 빠져있던 게 잘못됐다. 실은 좋아하는 걸 마음껏하는 네가 좋아가 맞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김없이 놀이에 빠져있는 조이가 날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도 몰래 고백했다.

“조이야 오늘 1월 마지막 날이래, 1월 한달동안 엄마랑 아빠랑 행복했어? 엄마는 많이 울고 속상한 날도 있었는데 사실은 너무 행복했어 사랑해”


오늘도 너의 은하수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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