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노후 인생을 소개합니다
100세 시대. 정말 올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걱정이다. 직장의 정년이 60세까지라 국민연금을 들고 있다 할지라도 과연, 생활비가 충족될까 의문이 든다. 마흔이 된 지금, 20년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월급을 더 쪼개어 저축을 하느냐 부동산, 주식 등 금융 재테크를 시작하느냐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퇴직 이후 40년을 놀기만 할 수 없지 않을까. 제2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그러할 즈음, 이시형 박사를 만난 것은 노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엿보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이미 각종 TV프로그램 출연으로 익히 잘 알려진 그는 대구 출신 정신과 의사다. 지금은 자연치유센터인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으로 활약 중이다. 88세인(1934년생) 그가 아직까지도 강연 활동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금까지 배운 삶의 지혜를 나누고자 하는 그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나는 아직도 지하철을 탈 때 돈을 냅니다.” 만 65세가 지나면 대중교통 무임승차 나이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금을 기꺼이 지불한다. 은퇴를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역이 끝났을 나이인 마흔 한 살에도 기분이 왠지 섭섭했다고. 이제 내가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인가 싶어서다. 성균관대 교수 시절, 퇴임식 때도 불참을 알렸다. 아직까지 현역이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퇴직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힐리언스 선마을을 만들 때가 일흔다섯이었어요.”. 100세 인생을 한 가지 직업만으로 버티기가 이제는 쉽지 않다. 의사로서 정년 65세에서 70세까지 일을 하고, 사회정신건강연구소에서 몇 년 간 지냈다. 그 후 강원도 홍천에 선마을을 열었고 세로토닌 문화원까지 맡고 있다. 매일같이 출근해서 회의하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은퇴 후 30년이 넘는 시간을 여유와 휴식만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길지 않은가 물음을 던진다.
“휴식이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휴식이 일상이 되면 그것 역시 노동 이나 다름없어진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데 그 날 꼭 해야 하는 일이 없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지금 현재 5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쓴 책만 해도 80권이 넘는다. 건강, 교육, 자기계발 등 주제도 다양하다. 마흔 후반부터 본격적인 책읽기와 글쓰기의 삶의 시작되었다고. 나이가 들면 몸이 늙듯이 뇌도 늙는다. 전두엽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부위로 지성과 감정 따위의 고차원적 역할을 한다. 전두엽은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매일 매일 읽고 쓰고 계산하기를 반복해 볼 것을 권한다.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눈에 띈 것이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몸이 한두 군데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주름이 늘고, 숨도 차다. 눈도 나빠진다. 무릎이 아프다. 몸은 어쩔 수 없이 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젊은 마음과 늙은 마음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경험이 쌓이고 지혜가 생긴다.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고 그럴수록내면은 더 단단해진다.
첫 인상은 과묵 그 자체.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듯는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강연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지금 자신의 삶에 있어 큰 의미라는 이시형 박사. 시니어 대상 특강이었던 만큼 많은 이들에게 인생 후반전에 대한 그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기를 하는 바람이다. 나이 든다는 것. 몸‘만’ 늙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