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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n 02. 2022

[교육 사회학] 이 범 편

교육의 핵심은? 

나는 수능세대다. 고3이었던 2000년,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습지는 에이플러스(A+), 문제집은 메가스터디를 풀었던 기억이 난다. 메가스터디는 다음해인 2001년 이후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업계 상위권을 다투는 반면, 에이플러스를 만들었던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온라인 사교육 시장에 밀려 2011년에 결국 부도가 났다고 한다.  


메가스터디는 현재 나의 학창 시절 ‘손사탐’으로 유명했던 사회탐구영역 강사 손주은이 대표를 맡고 있다. 그 때 당시 메가스터디 창립멤버인 과학탐구영역의 ‘이 범’도 인기가 상당했다. 이들의 문제집은 수험생들 사이에 바이블과도 같았다. 메가스터디라는 이름은 창업 준비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 범의 아내가 지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내 또래들은 대부분 엄마가 되었다. 학생에서 엄마가 된 이들과 스타강사에서 교육 평론가로 변신한 이 범이 만났다. 대학입시는 예나 지금이나 치열하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배우자 만나고, 그러면 ‘성공’이란 것이 행복 공식과도 같다. 지금도 그럴까. 


중학교 시절 선생님 왈, “너희들이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서 남편이 바뀌는거야.” 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잔인한 잔소리지 않는가. 치열한 입시는 변함이 없지만, 그 같은 성공 공식이 통하는가하면 이제는 ‘아니’라고 답하는 시대가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어렵다. 미래 사회는 더욱 예측할 수 없다.    


수명이 길어진 100세 시대다.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라 해도 60세 이후 40년을 더 살아야 하고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이어갈 수 없다. 스웨덴은 30대 전체 인구 중 13%가, 40대 이상 인구 중 3%가 대학을 다니고 있다. 대학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가야할까. 살면서 전공을 바꾸고 싶을 때 대학을 다니면 안되는 걸까.  


학벌 시대가 아닌 전문가 시대다. 스펙에서 경력 중심으로 채용 시장이 변하고 있다.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는 추세다. 정기 채용의 경우는 일정 기간 훈련을 거친 후 업무 배치를 한다. 따라서 채용 당시는 어떤 업무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 일단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는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을 선발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려고 한다.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들이 대졸자들을 앞 다투어 뽑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게다가 교육 ․ 훈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일을 잘하는 ‘전문성’있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 전문성은 ‘경력’이 지표가 되고 ‘평판’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창의력은 과거에도 중요했다시대가 변해서 창의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은 문제를 해결해내는 새로운 생각이나 또는 그 능력이다. 이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하며 중요하다. 다만,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주입식 교육으로 생각의 자유를 제한받았을 뿐이다. 정답 찾기 교육이 여전한 우리의 현 입시 제도가 아닌가. 


따라서 논술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소위 유럽 선진국의 교육은 주관식 교육이다. ‘정답’이 없다. ‘석차’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초점을 둔다. 특히 대학 입시에 객관식이 없다. 모두 논술형이다. 유명한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는 한 줄이다. ‘진리는 경험을 통해 확증될 수 있는가?’


미국은 SAT라는 객관식 대입전형이 있지만 여러 번 칠 수 있다.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중 수학과 언어가 필수이고 나머지는 20가지 정도가 있다. 과목별로 날짜를 선택해 원하는 날에 친다. SAT는 학교에서 대비해주지 않는다. 대입 시험이 공교육가 분리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등학교에서 치는 시험은 모두 논술형이거나 수행평가다.


교육의 핵심은 자기주도학습이다나는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고 고민해왔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잔소리는 많이 했을지언정, 전공을 정할 때도 취직을 할 때도,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먼저 물었다. 그리고 나의 결정에 따라 가능한 범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자기결정권적 삶을 살면서 어떤 일에 실패를 하더라도 만족한다.


삶이 그러하듯공부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짜주는 미래와 학업 스케줄은 내 공부가 아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기에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또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만이 학습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영국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목표를 정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있다. 교과서를 정해주지 않는다. 교사가 직접 집필하거나 출판사의 교재를 선택한다.


시대는 변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미래는 모른다. 그 길목에서 만나는 문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는 힘은 창의적인 사고다. 그래서 교육은 시험 문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식이아니라 주관식이어야 한다. 


삶은 자기결정권으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본인 선택에 책임 질 수 있어 실패해도 돌아보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그러한 자기결정권 아래에서 행해지는 단계다. 내가 원하는 삶에서부터 대학, 전공 등을 스스로 정하다보면 공부하는데 그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제부터 내 아이 어떻게 키우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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