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지 말고 나를 키우세요
이름 박혜란. 별명 명랑할머니. 소개 아들 셋, 손자 셋, 손녀 셋을 둔 70대 여성학자. 둘째 아들이 가수 이적으로 삼형제 모두 서울대를 보냈다. 일류대학을 보내는 것만이 꼭 인생의 성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남다른 교육 비법이 있음에는 틀림없다. 지금은 그녀의 세 아들들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음으로써 손주가 생겼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육아철학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본 책이 바로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다.
그녀의 특급 비법 하나. “둘째가 어디 TV프로그램에 나가서 말했대요. 그냥 자기가 알아서 컸다고요. 엄마가 나를 버려두니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되겠다. 나대로 살 방법을 찾아야 겠구나 하고 생각했다지 뭐에요. 그렇죠. 저 알아서 컸죠. 맞는 말이었어요.” 잔소리 없이 그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뿐이었다고. 그러나 자유방임이 더 힘들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봐야 할 터이니 그저 내버려두었다고만은 할 수 없다.
비법 둘.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세요.” 그래야 집착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처럼 쉽게 마음먹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어느새 훌쩍 자라 독립한다고 하면 그 허전함에 서글퍼진다. 냉정한 처방전일지 모르지만, 그저 20~30년 장기투숙객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동안 유쾌하게 떠날 때 후련하게 보내면 된다. 자녀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실패에는 따뜻한 격려만 해줘도 충분하단다.
집착을 하니 소유물로 착각할 때가 있다. 따라서 부모가 할 일은 내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키운 꿈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니 내 뜻대로 안된다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다. 내 뜻대로 된다는 것은 아이의 ‘뜻’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해야 될 부분이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길들여져서 혼자 설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되길 바라는가 반문한다.
비법 셋. “같이 있으면 아들 녀석이 항상 제 무릎에 다리를 걸쳤죠. TV를 볼 때도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얹거나 해서 항상 살이 닿았던거 같아요. 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언제나 서로 껴안는 습관이 있었어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몸이라고. 스킨십은 무엇보다 정서 안정에 좋다. 아이의 성공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한 번 안아 주는 것이 행복아니겠는가.
네 번째. “이 아이는 이래서 예쁘고, 저 아이는 저래서 예쁘죠. 한 배에서 나온 자식인데도 3명이 다 다르고, 6명의 손주가 또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옆에서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또 어떻게 클까 기대가 되지 뭐예요.” 사람은 다 다르고 모든 사람은 독특한 존재다. 따라서 남들과의 비교는 절대금물이다. 누구나 잘 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다. 아이만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하고 키워 줘야 한다.
끝으로 “제가 집에 있을 때 거실에 큰 책상이 있었어요. 거기서 책을 읽으면 아이도 어느새 옆에서 책을 따라 읽었더랬죠. 그 때 기억으로 집에 철학책이 있었는데 둘짼가 그걸 집어들고 읽었대요. 아마 그게 입시에 도움이 됐던 모양이에요.” 아이를 키울 생각보다 나를 키우라고 한다. 아이를 억지로 키울 필요도 없다. 내가 크면 아이가 큰다. 내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다.
1946년생. 76세인 그녀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장시간의 강의를 씩씩하게 이끌었다. 명랑할머니라는 별명답게 강의 내내 밝은 표정, 낭랑한 목소리로 엄마들의 고민을 달래준 육아 멘토 박혜란.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면서, 아이들도 알아서 크도록 한 힘. 여섯 명인 손자 손녀들의 미래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