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존중, 지지, 칭찬해주세요
2019년 당시, 이 때는 뭔가 모르게 좀 지쳐있었을 때다. 매 달 열리는 행사에 피로감이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이유남 선생님의 섭외 과정은 조금 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때 당시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다 보니 학사 일정을 고려해야 했다. 한번은 평일이 도저히 힘들어 주말 시간을 제안해 주셨다. 그러나 토요일에는 평일보다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 예상되어 아쉽게 모시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행사 예정일 몇 달 전에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6월 하루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으니. “이를 어째, 행사일을 헷갈렸나봐요. 그 날 학교에 중요한 일이 있어 내가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어요.” 오 마이 갓. 부랴부랴 차선책을 생각했다. 강의일까지 2주가 남아 그 전에 신청한 사람들에게 날짜가 변경됨을 알렸다. 부랴부랴 홍보물 안내를 수정했다.
행사 당일은 여느 때보다 긴장감이 배가 된다. 명사들의 활동지가 대부분은 서울이다 보니 대구까지의 ‘지방’강연은 먼 곳으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곳이다. 강의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모시는 입장에서 항상 송구스럽다. 따라서 강의 시간에 맞춰 도착하느냐가 관건이어서 애가 타지 않을 수 없다. 1시간 전, 30분 전, 시간이 임박할수록 심장의 박동수도 높아진다.
‘엄마 반성문’의 저자 이유남. 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보통 반성문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이들이 쓰는게 아니었던가. 1등 엄마, 1등 선생님인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강의 서두에서 그녀는 엄마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화면에 보이는 빈칸에 넣을 말이 무엇일까요.” 저마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단어를 꺼내본다.
“어리석은 부모는 자녀를 ( )로 키우려고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의 ( )가 되고자 한다”
정답은 ‘자랑거리’다. 공감되지 않는가. 보통은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부모가 많다. ‘나는 이렇게 못했으니 너는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잘산다. 성공한다. 행복한 인생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들의 ‘희망사항’을 내 ‘장래희망’으로 정하고서 고군분투한다.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 된다. 그런데 잘 해야 된다. 좋은 대학에 가야되니까. 그래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돈을 많이 번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유남도 마찬가지였다. 두 남매의 엄마인 그녀 역시 대한민국 표준(?) 부모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하는 일은 텔레비전 위에 손을 올리는 일이었다고. 그 열기의 정도에 따라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시작됐다. 이 또한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한창 재미있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빠져들다가도 ‘딩동’하고 부모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후다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던.
첫째 아들은 고 3때, 둘째인 딸은 그 다음 해인 고2 때 각각 학교를 그만둔다. 90점을 받으면 100점과 비교하고, 1등을 하면 강남 학군의 1등과 비교를 하는 그런 엄마 였다고 고백한다. 얌전하고 엄마 말 잘 듣던 아이인줄 알았건만 어느 날,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방 안에서 나오질 않는다. 비수가 꽂히는 말, 고성, 통곡을 반복하는 일상이 계속되고 도대체 무엇이 잘못일까 답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 후 엄마로서 처절한 자기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우두커니 교실에 서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고. “오늘같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이 아이들이 빠짐없이 학교엘 오다니.” 그 평범한 일들이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이 아이는 수업 시간에 숙제를 안해와도 학교를 왔구나. 저 아이는 신발을 준비물을 안 가져와도 학교를 왔구나” 그저 감사한 일이더라는 것이다. 학교를 다닌다는 자체가 부러움이 될 줄이야.
그리고 ‘코칭’에서 그 답을 찾았다. 아이를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해야 한다는 것.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본인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해서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또한 자기주도학습의 원리와도 같다.
인정, 존중, 지지, 칭찬의 팁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서 채우기보다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칭찬해줌으로써 그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고. 못하는 것을 꾸중 하기 보다 잘하는 것을 칭찬해줘야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러면 저절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다.
우여곡절 시행착오 끝에 그녀의 두 아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녀들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행복해한단다.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아들과 딸의 편지를 함께 보면서 ‘가족의 반성문’을 무사히 마쳤다. 또 하나 질문,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조사한 성공에 대해서 2위가 행복한 결혼, 3위는 행복한 인간관계다. 1위는?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것’ 이다.
얼마 뒤 이유남 선생님은 딸의 결혼 소식을 알렸고 지금은 외할머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