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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n 02. 2022

[자녀 성교육] 손경이 편

젠더 감수성을 아십니까

                                    

                                        "안녕하세요대구에 계신 것을 알고 있어 

                                    소심하게 생각이 나서 응원차 카톡 보내봅니다." 


2년 전, 손경이 선생님으로 부터 문자가 왔다. 감사의 답장을 보내니 "잘 되어 과거 분위기를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 걱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카톡 보내봅니다. 언제든지 기억하겠습니다. 힘내자구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고 드리고 싶네요." 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31명 째였다. 일이 일어나기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봄학기 문화강좌 수강생 모집에 여념이 없었다. 상황이 곧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음날인 2월 19일 센터는 잠정 휴강에 들어갔고, 두 달 사이 확진자 1만 명을 넘어선 4월, 봄학기 개강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손경이 선생님의 문자는 특강 명사로 초청했던 그녀와의 인연이 그저 일회성으로 그쳤던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새삼 반가웠다. 대구를, 센터를 기억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성교육 전문가'로서 세심한 그녀의 배려가 느껴지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엄마'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서 '앙코르'특강으로 그녀를 다시 대구로 초대하고 싶다. 


2019년 3월,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 선생님을 모시고 봄학기 특강을 진행했다. 마감기록을 세운 이 날 강연은 자녀 성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좌석 외 추가 인원 신청도 발생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엄마들은 자리뜨기를 아쉬워하며 시리즈 특강을 요청했다. 언제라도 다시 들을 터이니 사전 신청을 하겠다는 문의도 이어졌다. 


그녀는 솔직한 여자다. 2019년 아침마당 출연 당시, 성폭력 피해자임을 밝혔다.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린 과거를 고백하며 끊임없이 겪어야했던 언어 폭력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후 그녀는 이혼에 성공(?)했다. 그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경험들이 결코 남들에게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교육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젠더 감수성을 아세요?

손경이가 말하는 성교육의 핵심은 '젠더 감수성'이다. '젠더'는 사회문화적 성이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으로 바라본다. 즉 여성성과 남성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두가 개성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딸은 분홍색, 아들은 파란색이 아니다. 여자는 인형놀이를 하고 남자는 로봇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 것도 편견일 뿐이다. 

 

있다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딸과 아들의 성교육이 달라야할 필요가 없다. 이 기준을 통해 딸은 '주체성', 아들은 '존중'을 중심으로 성교육이 이루어진다. 성기를 지칭하는 경우,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고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다. 여자가 '그것'이 없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있다' '없다'가 아니라, '있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평등의식을 기반으로 여자에게는 '주체성' 남자에게는 '존중' 교육이 된다. 

 

부모 no. 양육자 yes!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부모'를 대신하는 말로 '양육자'가 있다. 이혼을 한 그녀이기도 하기에 한 부모 가정의 경우, 아이에게 부모 둘 중 한명은 결핍이 발생한다. 아이는 부모 둘 다 키울 수도 있지만 엄마가 키울 수도 아빠가 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흔히 부모교육이란 말보다 양육자교육이란 말을 선호한다고. 단어 하나로 세상을 규정하고 인식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세상은, '세상에 이런 일이'가 발생한다. 성 착취 영상 제작과 배포로 나라를 떠들썩하게했던 '박사방'사건의 운영자 조주빈은 징역 42년 형을 받았다. 성교육의 부재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이 아닐까 싶다. 여자를 성노리개로 삼아 일을 벌인, 미성년 여자 아이들도 대상이 된, 그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이 수많은 남성들로부터 유료로 공유된, 그로인해 또 많은 여성들이 분개한. 처벌 대상이 조주빈과 그 공범들밖에 없을까. 살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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