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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n 02. 2022

[가족 자존감] 윤홍균 편

Love yourself. You are worth it. 

2016년 인문학극장을 처음 맡은 뒤, 다음해 라인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첫 해 여름, 이어령 선생님을 시작으로 여럿 저명 인사들을 모신 탓에 부담이 더 컸는지도. 누굴 섭외할지 찾아 헤매던 차에 한 지인으로부터 '윤홍균 어때?'라는 스쳐지나간 말이 기억났다. '윤홍균? 윤홍균이 누구지?' '그 책 있잖아, 자존감 수업. 그거 베스트셀러라던데.'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바로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선생님이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보물'찾기 끝에 2017년 8월, 인문학극장 둘째 날 연사로 윤홍균 선생님을 모셨다. 


선생님께서 주중에 진료 때문에 매주 목요일에만 강의를 하신단다. 다행히 인문학극장 주간이 수,목,금 3일인지라 둘째날이 딱이기도 했다. 섭외 당시가 행사일로부터 몇 달전이었으니 그 때 나는 행사가 있는 그 날까지 그 책이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길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2022년 현재, 자존감 수업은 100만부 기념 스페셜 한정판이 나와있다. 


생각보다 훤칠한 키에 놀랐다. 반칙 아닌가 싶었다. 반칙 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954명. 1천석 규모의 대극장 1층과 2층을 거의 다 채운 숫자다. 이어령, 도올 선생님만 해도 500명에서 600명 선인걸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베스트셀러 저자의 저력이랄까. 그런 그에게도 강의 초년병 시절, 아무도 없는 객석을 바라봐야 했던 적이 있었다고. 외가가 대구라며 자연스럽게 대구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큰 우울감을 경험했던 열일곱, 사춘기 시절을 떠올렸다. 실연을 당한 것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 왈, '홍균아, 니 여자친구 말이야 남자친구 생겼더라.' 처음 이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단다.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다니.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그 후로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도서관을 찾았고 사랑과 관련된 책들을 섭렵했다. 로맨틱 소설에서부터 인문학 관련 서적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심경을 대변이라도 하듯 쓰여진 어느 한 정신과 의사의 책을 만나면서 진로를 정한다. 



실연으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친 그 시절. 그렇다면 자존감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자존감은 한 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이다. 실연과 같은 이유로 내 자신이 너무 하찮거나 초라하게 느껴질 때 삶에 회의가 든다. 살기 싫다. 불행을 느낀다. 따라서 자존감은 행복과 연관이 있다. 행복하려면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실연이든, 비난이든, 무시든 이런 이유들로 무너진 우리의 자존감은 회복이 필요하다. 자존감 수업이 아직까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행복하기'가 인생 숙제로 이 과제를 푸는 열쇠가 바로 '자존감'인 것이다. 


자존감은 주관적이다. 그는 어느 중견 기업 CEO의 삶을 소개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그는 누가 봐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이 문제였다. 불행하단다. 정장 입고 회의하는 것 말고 히피처럼 머리를 기르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자기가 경영인으로 능력이 있는 걸 알지만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과 행복이 꼭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저 자기 자신이 바라는 삶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존감이 높고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는다. 부모님으로부터, 상사로부터, 친구로부터, 기타 등등 타인의 평가에 마음을 다치고, 자존심이 상하고, 좌절한다. 그 때마다 마냥 쓰러져 있을 수 없다. 일어나야 한다. 다시 걸어야 한다. 그렇게 내 시간이 흐르고 인생은 나아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에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줘야한다. 별 일 아닌 듯, 나만 그런게 아닌 듯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의 마인드는 자존감 회복의 처방전과도 같다. 


윤홍균 선생님과의 만남은 다음해에도 이어졌다. 2017년 여름을 잊지 못해 2018년 겨울에 또 한번 러브콜을 보냈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 이전보다는 규모가 작은 강연이었지만 나름대로 특색있게 구성한 터라 센터 이름에 걸맞게 '가족의 자존감'을 주제로 건냈다. 관객 동원이야 보증수표라할만큼 부담이 덜했다. 다만, 무대가 이전과 같이 크고 화려하지 않아 비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할따름이었다. 


책 한 권에 받은 사인이 맨 앞장과 뒷 장에 각각 있다. 첫 장에는 'Love Yourself'가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You are worth it' 이란 문장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그렇기에 상처받고 아파하고, 분노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온갖 감정을 경험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 했던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회복이 중요하다. 한동안 누워 있다가도 일어나야 한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 자체가 이유다. 마음에 새기자. 러브 유어셀프. 유 아 월쓰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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