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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n 02. 2022

[프롤로그] 엄마를 글로 배웠습니다만

나의 어릴 적 꿈은 기자였다. TV 속 당찬 뉴스 앵커를 보면 그저 멋있어 보여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었다.(엄마는 알고 있었는지도) 그냥 왠지 마냥 닿을 수 없는 꿈인가 싶기도 해서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남몰래 꿈을 품은 채 자연스럽게 진로를 언론정보학과로 정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3년 동안 학보사 기자를 경험했다. 처음에 멋으로 정했던 꿈이 생각보다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내를 누비며 취재를 하는 것이 행복했다. 대학 본부, 동아리, 단과대별로 출입처를 돌면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설렜다. 특히 인터뷰 기사쓰기를 좋아했는데 그 사람의 내면을 온전히 글로 표현해내는 일이 매력적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 교민언론사에서 취재 기자로 활동 할 수 있었다.(이 에피소드는 나중에 또 한 번 브런치북으로 엮어보고 싶다) 귀국 후 언론사 입사 준비는 계속되었고 막막하고 불안한 하루를 살았다. KBS를 비롯해 몇몇 언론사 서류전형에 합격했을 당시, 스펙이 부족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 정도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길어지는 구직 활동으로 자괴감마저 들 때 나이는 어느덧 30대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과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사는 도시의 한 공연장인데, 월간지 인턴기자를 구하니 지원해 볼 것을 권유했다. 인턴이 끝나고 몇 달 뒤 같은 기관의 홍보마케팅 모집 공고가 났다.


그렇게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취직 후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바라던 기자의 꿈을 접어야 하나 갈등 했지만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도 바라던 ‘취직’이란 걸 했다. 내 나이 서른 살에.


직장인으로의 삶이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취직의 기쁨도 잠시, 홍보 담당으로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홍보기획TF팀에 소속되어 ‘예술아카데미’라는 생각지도 못한 사업을 맡게 되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직장인의 비애던가. 관심 분야도, 관련 분야도 아닌,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이라니. 취업 시장이란 정글에서 벗어나니 직장이라는 또 다른 정글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저 막막했다. 그래도 해야 했다. 해내야 했다. 시장 조사를 하고, 강사를 구하고, 수강료를 정하고,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다. 전공이 홍보였기에 나의 능력을 파악하여 그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찾았다. 수강생을 모으려면 홍보를 해야 하니 기존 업무였던 SNS를 활용했다. 인터넷 정보 검색이 잘되도록 인터넷 언론사에도 보도자료 보내기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직장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다. 신규 사업을 맡게 되었다. 바로 ‘인문학극장’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그들의 생각을 듣는 렉처 콘서트였다. 2016년 당시는 인문학 열풍이 불던 때다. 첫해에는 운이 좋게도 이어령, 최재천, 이문열, 장하성이라는 당대 석학들을 모실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찾아주어 성공리에 마쳤다. 이후로도 도올 김용옥, 윤홍균, 전원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강연 기획을 하면서 이 일이 기자와 참 많이 닮았다고.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기사가 독자들에게 전해져 그들의 마음 또는 의식을 변화시킨다. 강연 또한 내가 섭외한 명사를 관객들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감동을 주거나 관객들의 생각을 일깨운다. 표현의 형태는 다르지만, 과정이 일맥상통함을 알았다. 꼭 기자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레카! 


그 후 2018년 초 이직을 했다. 홍보담당에서 교육담당으로 그리고 문화센터 팀장으로 나의 이력은 조금씩 움직였다. 새로운 일터에서 주어진 나의 과제는 첫 직장과 다르지 않았다. 강좌 운영 경험은 있지만 ‘가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이때에도 나는 내 역량부터 파악했고, 인문학극장을 발판 삼아 명사특강을 이어가기로 했다. ‘가족’을 주제로. 


지금까지 나의 일터로 발걸음 해 주신 분들이 많다. 강원국, 금나나, 오찬호, 이시형, 손경이, 박혜란, 이 범, 고미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이들과 연락이 닿기 전 설렘, 혹여나 거절이라도 당할까 하는 걱정, 강연 직전까지의 긴장, 그들의 열강을 통한 감동, 마지막 감사의 인사까지. 섭외 과정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하면서 사람을 느끼고 그들의 생각을 배웠다.


내가 일하는 문화센터는 주 이용객이 주부들이다. 언제나 주부들의 고민이 알고 싶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요즘은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TV 프로그램의 인기가 말해주듯 그만큼 자녀 교육이 힘들고, 또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섭외했던 관련 주제 명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다. 


아직 나는 미혼이다. 가족 주제 작가로선 반전이 아닐까. 그렇지만 여러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 정도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인사이트가 생겼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와 나의 경험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이들을 위하여 지금부터 나의 스토리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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