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임영웅 콘서트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즐거우셨냐는 물음에 소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6월에는 7월 인천 콘서트 예매에도 성공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8월 서울 콘서트 때 예매를 부탁한다는 진한 부담을 남기셨다.
아, 잠깐만요! 어머니 또, 또 가신다고요?
예매일을 며칠 앞두고 온 어머니의 리마인드 톡.
7월 7일 예매일, 잊지 않았지?
남편은 톡을 보자마자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몇 번을 가도 그렇게 좋아?"
"응."
단호하고 결연하다. 때로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는 짧은 대답이 더욱 비장하게 들리는 법이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마치 전장에 나서는 장군처럼 결의에 찬 눈빛으로, 이번에야 말로 우리 손으로 직접 티켓을 거머쥐어보자는 파이팅을 외쳤다. 피켓팅이라 불릴 만큼 피 튀기는 티켓팅이니 전쟁이라면 전쟁이었다. 게다가 지난 콘서트들은 시누이측 용병들(지인의 자녀들로 추정)의 도움으로 티켓팅에 성공한것이기에, 이제는 직계인 우리가 직접 표를 구해서 효도한번 해보고싶다 했다.
맞아. 남이 해주는 것보다 아들 딸이 직접 해드리면 얼마나 어깨뽕이 올라가시겠어? 나도 덩달아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우리 집에도 나름 금손으로 통하는 손 빠른 중학생이 있기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임영웅 콘서트 티켓이 효심의 바로미터가 된 것인가? 전국 아들딸들에게 효도에 대한 동기부여를 고취시키고 있는 그의 존재가 새삼대단하게 느껴졌다.
혹시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갈등을 겪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피케팅에 동참해보세요! 약간의 운은 필요하지만 진심이 하늘에 닿는다면 한방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손 빠른 중고등학생 혹은 Z세대 용병이 필요할 수 있으니 사전에 스케줄 확인과 컨디션 관리해두시고요!
그리고 결전의 날,내딸금손이는 손가락 컨디션 관리에 성공한 덕인지, 전국 효자효녀 대열에 등극했다. 무려 VIP석을 예매해버린 것.
어머니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실 듯 기뻐하셨다. 어머니 세.. 세 번째인데도 그리 좋으신 거예요?회전문 제대로 도시는 당신을 찐 팬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티켓은 우리 집으로 직접 가지러 오겠다고하셨다.우리가 아니, 정확히는 당신 손녀가 10년 치 효도했다는 말씀과함께.
하지만 공사가 다망하신 어머니는 콘서트 전날까지도우리 집에 오지 못하셨다. 다행히 콘서트장이 집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서 당일에 직접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딸과 함께 두손 모아 공손히.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하니 그곳은 이미 축제의 장이었다. 쨍한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어르신들은 덥고 습한 날씨에도 상기된 기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여기저기에서 까르르까르르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나저나, 엄마 저 파란 티셔츠는 공식 굿즈인가 봐. 다들 입고 계셔."
딸아이가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런가 보네. 영웅시대라고 쓰여 있어. 파란 스카프랑 모자도 굿즈인가 보네! 네임 핀 같은 것도 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