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내 브런치북 "우리 반에 내 남편이 있다고요?"에 수록된 보조개에 관한 이야기를본것이 틀림없다(가끔 내 글을 읽는다고 말한 적이 있음).
그날 이후 남편과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을 때마다 유독 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남편은 엄밀히 말해서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 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는 50%의 콩깍지와 50%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딸이 아빠의 외모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콩깍지가없는 데다 숨어 있는 매력도 발견하지 못한 것일 테니.
남편은 쌍꺼풀 없는 작은 눈을 가졌어도 얼굴 선이 꽤나 굵은 편이다. 매일 보는 얼굴이라 오히려 이렇다 저렇다 표현하기가 새삼스럽지만 아무튼 곱상하고 예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상큼한 과즙미가 아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 가깝다.
이런 얼굴에 첫눈에 반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얼굴이 아닌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왜 좋아하게 된 것인지를 말하려면 성격에 인품에 특기/장기까지 종합적인 평가에 들어가야 하므로 이 글에서는 철저히 접어두고 오로지 외모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딸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그 얼굴말이다.
아랍형의 진한 유형은 아니지만 강하고 인상이 뚜렷해한번 본 사람의 대부분은 그를 기억한다. 게다가 기골이장대해서 하드웨어 면에서도 눈에 띄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여러모로 남자답게 생겼다. 다만,이처럼굵직굵직한선을 가진 얼굴을 가리키는"남자답게 잘 생겼다"는 표현 중에서, "잘"이라는 말을 여기에 함부로 써도 괜찮을지는 망설여진다.
비록"잘"에는 못 미치나, 다행스럽게도 신은 남편에게 반전을하사하셨다. 다름 아닌 보조개였다.
그의 외모에도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건 터프한 이미지가 무장해제되는 순간을 포착하면서부터다.웃을 때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 덕에 인상이부드럽고 순둥순둥하게바뀌었다. 이 얼굴에 보조개가 있다니. 정장에 운동화 조합의 믹스매치같아서 나름 근사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한번 더 쳐다보게 만드는 숨은 매력이었던 것이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그의 눈가에도 주름이 내려앉고 뽀송했던 피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안타깝게도 영락없는 중년 아저씨의 얼굴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외모는 아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꿀이 뚝뚝 떨어질리는 없다. 아줌마들이 뽀얗고 샤방한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고 잘 관리된 배우의 모습에 열광하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저씨들 마음 역시 마찬가지일 터. 나 또한 파릇파릇한 아이돌이나 혈기 왕성한 운동선수를 보며 넋을 잃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이 사랑스러운 순간은 분명히 있다. 그는 여전히 잘 웃고 그때마다 보조개가 파인다. 그때마다 시간을 거슬러 소년으로 돌아간다. 보조개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 순수한 영혼이 보인다. 덕분에 해맑게 웃는 얼굴에 귀여움이 묻어난다. 바로, 이 순간이다.
그가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본인은 영원히 알지 못할 사랑스러운 순간을 내가 더 많이 만끽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웃어주길 바란다. 내가 할 일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를 더 많이 웃게 해주면 된다. 그는 늘 보조개로 화답할 테니까.
그나저나 딸이 이 글을 보면 또 한 소리할 것 같아 벌써부터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짤막한 편지로 글을 마무리하고자한다.
딸아, 엄마는 널 이해해. 10대 소녀의 시선에서 아빠는 그냥 중년 아저씨일 뿐이지. 그런데 있지, 사람은 모두 상대적이란다. 그래야 내게 맞는 짝을 만나고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 것 같아! 너는 아빠 닮은 외모를 가끔 속상해하지만, 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빠는 (보조개가 들어갈 때) 가끔 그렇지만, 너는 언제나 그렇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