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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Mar 15. 2024

속상함에 속 상함이 더해져 쓰는 글

치유

어젯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오버해서 술을 먹는 것 같아."


속상한 일을 핑계 삼아 몸속마저 상하게 해 버렸다. 몸의 아픔으로 마음의 아픔을 덮으려 했나 보다. 그러나 결코 덮어지지 않았다. 건강을 해쳤다는 자괴감만 더해졌다. 그래서 지금 후회 중이다. 이쯤 되면 술을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속상한 마음에 잠까지 설쳤다. 최악이다. 알코올에 수면 부족까지 더해진 몸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우성치고 있다. 맞다. 백번 천 번 잘 못했다. 마음을 핑계로 몸을 혹사시켜 미안할 뿐이다.


잠에서 깼을 땐 아직 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빨리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이 되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거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다행이었다. 만약 오늘 비가 왔다면 슬픔이 조금 더 오래갔을지도 모르니까.


슬픔이 잠잠해졌으니 슬슬 상한 마음과 몸을 어루만져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처 술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묵직한 머리를 부여잡고는 몸부터 치유할까 마음부터 치유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몸은 다시 침대로 돌아가라 했고, 마음은 햇살 속으로 걸어가라 했다. 마음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발길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바로 펼쳐보지는 못했다. 죽음이라는 막연한 공포에 장례식이라는 단어까지 더해져 괜히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책일까 봐 살짝 긴장했던 것 같다. 다행히 죽음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장례식이라는 말도 언급되지 않았다(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삶에 대한 책이었다. 작가는 사랑만 있다면 삶은 충분할 것이라 했다. 사람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덕분에 조각난 마음이 조금씩 이어지면서 사랑이라는 글자를 이루었다. 한결 편안해졌다.

사람을 발음하면 입술이 닫힌다. 사랑을 발음하면 입술이 열린다. 사람은 사랑으로 여는 것이다. 그리고 삶을 이루는 건 사람과 사랑이다.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김상현)


자, 이제 몸을 치유할 시간이다. 고민이 시작된다. 아침에 숙취를 핑계로 스킵해 버린 요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침대로 들어갈 것인가? 아직 모르겠다. 일단 이 글부터 마무리하고 생각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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